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서 규정을 어기고 파란색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해 논란이 일었다.
26일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 장례식에서 파란색 정장을 입어 주목을 받았다”며 “이 복장은 관례적으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세계 정상들 사이에서 크게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영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 장례식에 참석했다. 바티칸 의전 규정에 따르면 남성은 어두운 정장과 검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왼쪽 라펠에 검은색 배지를 달아야 한다. 여성은 검은색 드레스와 베일을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푸른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미국 국기 배지를 달았다. 멜라니아는 규정대로 검은색 코트와 베일을 착용했지만, 은색 스타킹이 아닌 밝은 살색 스타킹을 신어 엄숙한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는 검은색 정장을 착용한 바 있다.
장례식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모두 검은색 정장을 착용했다. 트럼프 외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복장을 한 인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윌리엄 왕자는 짙은 남색 정장을,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검은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장이 아닌 검은색 군복을 입었다. 매체는 “트럼프의 복장은 어두운 남색도 아니었고 사파이어처럼 맑은 파란색에 넥타이까지 매치했다. 이는 검은 정장 사이에서 마치 간판처럼 눈에 띄었다”면서도 “복장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평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의 복장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트럼프가 지난 2월 젤렌스키와의 회담 당시 젤렌스키가 정장을 입지 않은 점을 에둘러 꼬집은 일도 재조명됐다. 일부 네티즌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고 “항상 눈에 띄고 관심의 중심이 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리빗은 “대통령은 우리의 아름다운 영부인과 함께 멋진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백악관 홍보국장 스티븐 청은 “대통령과 영부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봉사를 기렸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는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자리 배치도 눈에 띄었다. 바티칸 의전에 따르면 가톨릭 왕족이 앞줄에 앉고, 비가톨릭 왕족과 국가 원수들이 알파벳 순으로 뒷줄에 앉아야 하지만, 트럼프는 젤렌스키와 함께 앞줄에 앉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리에 매우 신경 쓰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줄을 차지해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장례 미사에 앞서 젤렌스키와 독대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좋은 회동이었고 우리는 많은 것을 일대일로 논의했다”며 “공통된 성과를 거둔다면 역사적인 만남이 될 수 있는 아주 상징적인 회동이었다”고 했다. 구체적인 회동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가 협상 타결을 위한 러시아 압박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