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태닉호 생존자인 아치볼드 그레이시 미 육군 대령이 침몰 5일 전 배에서 쓴 편지가 영국 경매에서 5억7000여만원에 낙찰됐다.
27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윌트셔의 헨리올드리지앤선(Henry Aldridge & Son) 경매장은 이 편지가 30만 파운드(약 5억73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샘프턴 출항 당일 C51호 객실에서 작성됐다. 1등석 승객이었던 그레이시 대령은 편지에서 타이태닉호에 대해 “훌륭한 배이지만, 이 배에 대한 판단은 내 항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적었다. 이 편지는 깔끔한 필기체로 쓰여졌으며 흰색 별이 그려진 삼각형의 붉은 깃발과 ‘RMS 타이태닉호에 승선’ 문구가 인쇄된 편지지에 작성됐다. 같은 해 4월 11일 배가 아일랜드 퀸스타운에 정박했을 때 발송됐고, 4월 12일 영국 런던 소인이 찍혔다. 타이태닉호는 이틀 뒤인 4월 14일 자정 직전 빙산과 충돌해 다음 날 침몰했다.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200여 명 가운데 약 1500명이 사망했다.
경매사는 이 편지의 구매자가 미국인이라고 밝혔다. 경매사 측은 당초 6만파운드(1억1400만원) 낙찰을 예상했으나 예상가의 5배가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구매자와 판매자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매사는 “이 편지는 뛰어난 작품”이라며 “승객들의 이야기가 기념품을 통해 전해지고 있으며 그들의 기억은 이러한 물건들을 통해 계속 살아난다”고 밝혔다. 이번에 낙찰된 편지는 판매자의 종조부인 신원 미상의 유럽 대사에게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레이시 대령은 타이태닉호 침몰 당시 극적으로 생존했다. 그는 배가 침몰하는 동안 난간을 붙잡고 있다가 물속으로 빠졌고 뗏목에 올라 얼음물 위에서 수시간을 버틴 끝에 구조됐다. 구조선 RMS카르파티아호에 의해 구조되기까지의 시간을 그는 “가장 길고 끔찍한 시간”이라고 회고했다. 그레이시 대령은 구조된 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 ‘타이태닉호의 진실’을 집필했다. 하지만 그는 저체온증 등 후유증에 시달렸고, 침몰 사고 8개월 후인 1912년 12월 당뇨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