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으로부터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끝났다는 보고를 받는 모습. 크렘린궁이 26일 공개했다. 게라시모프는 이날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됐다는 사실도 공식 인정했다./EPA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이 파병된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26일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에 따르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최근 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습격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북한 병사와 장교들이 러시아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임무를 수행했다. 그들은 높은 전문성과 회복력, 용기, 영웅적 행동을 보여줬다”고 했다. 파병 북한군은 지난해 10월쯤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는 지금껏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게라시모프는 북한의 파병이 지난해 6월 평양을 방문한 푸틴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이 유사시 상호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이 조약을 강조한 것은 북한군 파병이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반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크렘린궁 발표 직후 성명에서 북한군을 ‘친구들’이라고 칭하며 “이들은 러·북 조약에 따라 쿠르스크에서 우리 군과 참호에서 어깨를 맞대고 피 흘리며 싸웠다. 북한군이 보여준 연대는 우리의 관계가 고도로 본질적인 동맹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일각에선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80주년(5월 9일)을 앞둔 크렘린궁이 김정은을 모스크바에 초청하려 동맹을 강조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9·2023년 두 차례 러시아를 찾았으나 모스크바를 방문한 적은 없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김 위원장의 연내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최근 미국의 중재로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주도권을 가로채기 위해 러시아가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러시아 전문가인 크리스 먼데이 동서대 교수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에 “크렘린궁은 트럼프가 크고 화려한 거래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며 “이에 북한을 (휴전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크렘린궁은 지난해 8월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들어온 쿠르스크 전선을 완전 수복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안드리 코발렌코 우크라이나군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쿠르스크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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