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 퓰너(84) 헤리티지재단 창립자는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 100일에 대해 “많은 사람이 경고한 것보다는 높은 수준의 규율과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관세 등 무역 정책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퓰너 창립자는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을 오랜 기간 이끌었고, 트럼프 ‘1기(2017~2021년)’ 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선임고문을 지냈다. 다음은 퓰너 창립자와의 일문일답.
-트럼프의 ‘첫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트럼프 1기와 2기는 정치적인 맥락이 극명히 다르다. 1기와 달리 상·하원도 (트럼프의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트럼프가 더 큰 결단력을 갖고 통치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1기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트럼프는 1기 때보다 확실히 많은 것을 배웠다. 1기 때만 해도 트럼프는 각료 회의를 하기 싫어했다. 지금 트럼프는 매주 정기적인 내각 회의를 개최하고 매일 주요 정책에 대한 일일 브리핑을 받고 있다. 내각은 더 신속하게 구성했다. 트럼프는 1기 때보다 미 정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다.”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전임자(조 바이든 전 대통령)와 비교한다면 국민과의 소통이 훨씬 명확해졌다. 언론과 비공식적으로 대화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고, 일반 시민과도 잘 소통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관세 등 무역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기를 바란다는 걱정이 있다. 또 접경 지역 보안, 국제 무역 정책, 물가 조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심한 관심을 요하는 일들이 동시에 진행돼 혼란이 커지고 있다.”
- 트럼프식 무역 정책이 지속 가능할까.
“트럼프는 기업인 출신으로 경험이 풍부한 협상가다. 트럼프도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거래를 맺을 것으로 본다.”
-한국과의 관세 협상에 대한 전망은.
“트럼프는 기업인 출신으로 경험이 풍부한 협상가다. 빠르게 ‘거래’를 끝낼 것으로 본다. 한국은 지난 8일 정상 간 통화를 했고, 25일 매우 생산적인 회의를 가졌는데 좋은 시작이라고 본다. 한미 양자(兩者) 간 무역 논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 내년 11월 중간 선거가 전 정책 노선을 수정할까.
“예측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트럼프 정부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아주 공격적으로 일할 것이다. 게다가 야당(민주당)은 지금 국민들을 매료시킬 만한 논리적인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 미·중 경쟁은 어떤 모습을 띨까. 트럼프의 견제가 강화될까.
“공산당이 절대적으로 통제하는 중국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자 강력한 적대국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미국과 동맹에 전례 없는 위협이 되고 있는데, 강경한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불안감을 제기하고 있는데, 미국과 동맹이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하면 중국과의 지정학적·외교적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 미국은 대외 원조를 삭감하고 동맹과 충돌하고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3개의 다른 정권에서 미국의 대외 원조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대외 원조 프로그램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고 기부자·수혜자를 위해서라도 더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루비오와 그의 팀은 효율성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오는 6월 조기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다음 대통령에 대한 조언은.
“트럼프와 열린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 트럼프가 과거 한국을 방문했고, (1기 때) 한미 간 경제 관계를 성공적으로 재협상했으며 두 나라가 진정한 동맹국임을 상기시켜야 한다. 이 동맹은 계속되어야 하고, 앞으로 더 실용적으로 협력할 기회가 많다.”
- 정권이 교체되면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두 나라는 수십 년 동안 매우 다른 정부를 갖고 있었지만 여러 소음과 분산 요인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전략적으로 필수적인 동맹을 잘 유지해왔다. 한미 관계는 회의론자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제도화돼 있다. 공동의 가치관과 국민들 간 유대, 한화·삼성·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보여준 최첨단 비즈니스 협력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