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의 ‘그레이, 오렌지 온 마룬(Grey, Orange on Maroon) No.8’.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한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던 어린이가 800억원 상당의 작품을 만져 표면을 훼손시키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BBC에 따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판뵈닝언 미술관에서 한 어린이가 미국 출신 화가 마크 로스코의 ‘그레이, 오렌지 온 마룬(Grey, Orange on Maroon) No.8’ 작품을 훼손했다. 1960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높이 2.3m, 너비 2.6m 크기의 대형 추상화로, 추정가는 5000만유로(약 818억원)다. 이 작품은 미술관이 대중이 선호하는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개됐다. 미술관이 대규모 보수 공사를 위해 문을 닫으면서 이 작품은 수장고에 임시 전시돼 있었다. 미술관 측은 “방심한 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림 아랫부분에 니스칠하지 않은 물감층에 작은 긁힌 자국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작품 구매 당시 가격이나 손해배상 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앞으로도 이 작품을 다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 미술관 측은 과거 예술 작품 훼손에 대해 책임을 물은 전례가 있다. 2011년에는 한 관람객이 네덜란드 예술가 빔 T. 스히퍼르스의 작품을 훼손했을 때 수리 비용을 청구한 바 있다.

미술관은 현재 네덜란드 국내외 보존 전문가들과 협력해 복원 방안을 연구 중이다. 미술 복원 전문가 소피 맥알룬은 “로스코의 작품과 같은 현대의 무광택 그림은 특히 손상되기 쉽다”며 “복잡한 현대적 소재와 전통적인 코팅층의 부족 때문에 작은 손상도 즉시 눈에 띄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스코의 작품은 과거에도 훼손 사례가 있었다. 2012년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갤러리에서는 ‘블랙 온 마룬(Black on Maroon)’ 작품이 고의로 훼손되어 18개월간의 복원 작업이 필요했으며 복원 비용만 20만 파운드(약 3억8000만원)가 소요됐다.

네덜란드에서는 최근 미술품 훼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오이스터베이크의 MPV갤러리에서 앤디 워홀의 작품이 도난 시도 과정에서 훼손됐으며, 한 지자체에서는 청사 건물 보수 공사 중 워홀의 작품을 포함한 미술품 46점을 실수로 폐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