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29일 “한국과 무역 협상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대선 전에 미국과 성공적인 협상을 해결하고 그 다음 선거 운동을 하길 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6월 조기 대선 이후 차기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7월 패키지 협상’을 주장해 왔던 기존 한국 정부 입장과는 다소 배치되는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인만큼 최대한 성과를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베선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도, 일본, 한국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 합의 발표가 언제쯤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협상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J D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인도를 방문했고, 모디 총리와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기 때문에 인도와 관련된 발표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도 협정의 윤곽이 점점 드러나고 있고, 일본과도 상당한 논의가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6월 3일 조기 대선 일정 때문에 대선 전까지는 포괄적 합의를 하기 어렵다는 한국 측 주장과 관련된 질문에 베선트는 “오히려 정반대로 보고 있다. 이들 정부는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인 협상을 이뤘다는 것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무역 협정의 틀을 선거 전에 마련하길 원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들이 실제로 훨씬 더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선거 운동을 하러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와의 통화 및 중국과의 관세 협상 상황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베선트는 “중국 측은 여전히 미국과 중국 간에 관세와 관련한 어떤 협의나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에 “누가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겠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중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베선트는 “지난 며칠간 나온 자료를 보면, 현재의 관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중국은 1000만 개의 일자리를 빠르게 잃을 수 있고, 설령 관세가 일부 줄어든다 하더라도 5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우리는 무역 적자국이고, 중국은 우리에게 우리가 그들에게 파는 것보다 거의 5배 많은 물건을 팔고 있다. 따라서 관세를 철회해야 할 책임은 중국에 있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 관세들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베선트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통화 여부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한 기존 입장이 변함 없느냐는 질문에도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는 백악관에서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전화 교환대 업무는 맡고 있는 일이 아니다”며 우회적으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또 트럼프 관세 여파로 제조업 지표가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나는 투자 업계에서 35년 동안 일하면서 설문조사는 무시하고 실제 데이터를 보라는 교훈을 얻었다”며 “실제 데이터는 아주 좋다. 고용 지표는 양호하고, 미국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소비하고 있고, 우리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들여오기 위한 막대한 투자 약속들을 받아내고 있다”고 했다.
자동차 및 부품 관세를 일부 경감할 수 있다는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베선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뿐 아니라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과도 회의를 했고, 대통령은 자동차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그리고 최대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자 한다”고 했다. 사실상 경감 방침을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