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휴대폰 불빛을 비춰 장을 보고 있다./로이터통신 연합뉴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철도와 항공, 통신 등이 먹통되면서 나라 전체가 사실상 마비됐다.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8일 낮 12시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대규모 정전으로 인프라가 마비되는 사태가 났다.

이날 정전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대부분 지역과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스페인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 남부 일부도 피해를 봤다.

스페인 전력망 관리업체인 레드엘렉트리카는 정전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전력 복구에는 6~10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국적으로 완전히 전력 공급이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전 시작 11시간이 지난 뒤에도 국토 약 절반에만 전력 공급이 복구됐다.

28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경찰이 수신호로 교통을 정리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대규모 정전 피해를 본 지역에서는 신호등이 꺼져 교통이 마비됐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일부 중요 건물 주변에 경찰이 대거 배치돼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해야 했다.

지하철과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운행을 멈추면서 사람들이 갇히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일부에선 고속열차 운행도 중단돼 시민들이 철로 위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스-알메이다 마드리드 시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게시한 영상에서 시민들에게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현재 위치에 머물러 달라고 호소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열차가 멈춘 모습, 사람들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버티는 모습 등 정전을 겪은 시민들의 상황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마드리드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발이 묶인 카를로스 콘도리(19)는 AFP에 “스페인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모두 놀랐다”며 “통신망이 안 터져서 가족, 부모님께 전화할 수도 없었고, 직장에도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항공편도 혼란을 빚었다. 스페인 공항을 관리하는 AENA는 전국 공항이 예비 전력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며 일부 항공편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일부 이동통신망에서는 전화 연결도 먹통이 돼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28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스페인 코르도바 인근에서 열차가 멈춰 탑승객들이 내리고 있다./AFP 연합뉴스

포르투갈도 리스본과 그 주변 지역, 북부와 남부 지역이 정전 피해를 봤다.

병원을 비롯한 긴급 서비스는 자체 발전 동력으로 가동 중이다. 리스본 지하철 여러 대에서도 시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ATM과 전자 결제 시스템도 영향을 받았다.

리스본 공항에서는 터미널이 폐쇄돼 수많은 관광객이 외부에서 비행기 운항 소식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28일 대규모 정전으로 열차가 멈춘 스페인 바르셀로나 기차역에서 여행객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AFP 연합뉴스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부는 사태 파악과 대응을 위해 긴급회의를 각각 소집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성명에서 “아직 정전의 원인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현 단계에서는 어떤 가설도 배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들에게 정전 원인에 대해 “추측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동을 제한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포르투갈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정전이 “분배망 문제로 보이며 스페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원인을 확인 중”이라고 국가기간 통신사 루사에 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스페인·포르투갈 당국 및 유럽 송전 시스템 운영자 네트워크와 연락해 정전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엑스에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