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당인 자유당이 보수당을 누르고 다수당을 차지했다고 캐나다 공영 CBC가 전했다. 이날 투표를 한 마크 카니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자유당이 28일 실시된 총선에서 보수당을 누르고 다수당 유지에 성공했다. 캐나다 공영 CBC방송은 이날 “자유당이 보수당에 승리했다”고 전했다. 개표는 아직 진행 중이며 자유당이 과반(172석)을 확보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현지 시각 29일 3시 30분 기준).

이날 캐나다 전역에서는 343개 선거구를 대표할 의원을 선출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캐나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의석수는 2021년 총선 때 보다 다섯 석이 늘었다. 각 선거구에서는 최다 득표자가 의원으로 선출된다. 가장 많은 선거구에서 승리한 정당이 다음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는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며 별도의 선거는 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CBC를 인용하며 “카니는 인기 없는 전(前) 정부를 이어 받은 총리 중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극히 드문 사례를 만들었다”면서 “자유당이 (집권당을) 네 번 연속으로 맡게 된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번 총선을 가르는 이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합병 위협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캐나다 경제의 핵심 분야를 타격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자동차, 알루미늄, 강철에 25% 관세를,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을 적용 받지 않는 항목에도 관세를 부과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석유·가스를 제외하면 캐나다의 미국 수출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8일 총선에서 승리한 캐나다 자유당 지지자들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캐나다도 보복 관세에 나서면서 미국과 캐나다 관계는 악화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는 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고, 카니도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 국민들은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았고, 주류 판매점에서는 미국산 맥주와 와인, 위스키가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트럼프가 지난 몇 달간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주(州)로 편입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합병을 주장하면서 캐나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것도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트럼프는 이날 선거 시작 약 한 시간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캐나다가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되어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군사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무료로 키우라”며 자극했다. 중도층 표심은 ‘캐나다의 트럼프’라고 불린 보수당 피에르 폴리에브르 대표에게서 떠나 민족주의를 내세운 자유당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폴리에브르는 28일 “캐나다의 앞날은 오로지 캐나다인들만 결정할 수 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트럼프와 각을 세웠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8일 열린 캐나다 총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관세 정책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PA 연합뉴스

양당 지지율은 올해초부터 요동쳤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이끌었던 자유당은 팬데믹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 지나친 진보주의에 대한 변화 욕구 등이 맞물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보수당에 27%포인트가량 뒤쳐졌다. 그런데 캐나다가 미국과 통상 전쟁을 벌이면서 보수당 지지율은 급락한 반면 자유당은 상승세를 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같은 지지율 변동은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른 것이며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큰 규모”라고 했다. 특히 자유당은 지난달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정통 경제학자 출신 카니를 당 대표 및 총리로 선출하며 반(反)트럼프 선봉에 섰다. NYT는 “캐나다 보수당은 한때 자유당에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지만 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선거 판도가 뒤집혔다”고 했다.

만약 자유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사적으로 캐나다는 제1당이 과반이 아니어도 연정보다는 비공식적인 연대를 통해 사안별로 진보와 보수 정당이 합종연횡하는 경우가 많았다. 캐나다 정치사에서 연정은 1917년이 마지막이었다. 2021년 소수 정부를 유지한 트뤼도의 자유당도 공식 연정을 구성하는 대신 신민주당과 협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