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29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 취임 100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자사 웹사이트 내 상품 가격 옆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을 표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29일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금 대통령과 이 사안에 대해 통화했다”며 “아마존의 발표는 명백히 적대적이고 정치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했을 때, 아마존은 왜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계획은 이날 오전 일부 미 언론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아마존이 조만간 자사 플랫폼의 제품 가격 옆에 트럼프가 부과한 관세로 인한 가격 증가분을 명시할 방침이라고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 계획은 아직 아마존의 공식 발표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주요 언론들이 백악관 반응과 함께 연이어 보도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아마존 주가는 백악관의 강경 발언 직후 2% 이상 하락했다. 아마존 측은 미 언론의 논평 요청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아마존은 자사 판매의 약 60%가 중소 판매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중국산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아마존이 관세 부담에 따른 가격 인상의 원인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할 필요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것이야말로 미국 소비자, 즉 결국 미국 국민이 대가를 치르게 되는 정책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미국산 제품을 사야 할 또 다른 이유를 보았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워싱턴포스트(WP) 사주 간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트럼프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베이조스는 작년 말부터 트럼프와의 관계 회복을 시도하며 취임식 기부, 워싱턴포스트 사설 조정 등을 하며 내부에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DB

하지만 이날 오후 상황이 급변했다. 아마존은 성명을 통해 일부 팀이 초저가 플랫폼 ‘아마존 홀(Amazon Haul)’에서 특정 제품에 수입 비용을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주요 아마존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으며, 실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미 언론에 “초저가 아마존 홀 매장에서 일부 제품에 수입 비용을 표시하는 아이디어가 내부 논의됐으나 승인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어떤 아마존 플랫폼에도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존 사이트에서는 처음부터 관세 표시를 고려한 적도 없었으며, 현재까지 어떤 변경도 이뤄진 바 없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아마존이 관세 비용을 제품 가격에 표시할 계획이라는 보도 직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강한 불만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입장을 철회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관세로 인한 소비자 가격 인상이 체감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주요 이슈로 남고 있다. 테무나 쉬인 등 중국계 초저가 플랫폼들은 이미 제품 가격에 별도로 높은 수입 비용을 추가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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