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던 지난 8일 일본 도쿄 거리 모습/EPA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선 확진자가 오히려 대폭 줄어들고 있다. 23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의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5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루 신규 확진자 집계 중 가장 적은 수치다. 일본에서 하루 확진자가 50명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6월 22일 이후 약 1년 5개월 만이다. 통상 주말 영향으로 월요일은 신규 확진자가 적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2일은 전주 월요일(78명)보다도 28명이 줄었다.

신규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가나가와현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8월 13일 하루에만 5908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일본에서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도쿄의 경우 확진자가 5명으로 줄었다. 도쿄도 인구가 약 140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코로나 확진자가 거의 없어진 셈이다. 전체 47개 광역지역단체 중 35개에선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확진자가 줄다 보니 전국의 중증 환자도 63명으로 4일 연속 70명 이하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2명이었다.

일본 언론과 의료 전문가들도 일본만 감염자 수가 급감한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진 못하고 있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높고(22일 기준 76.2%) 지난 8월 코로나 대유행 당시 경증·무증상 등으로 감염된 사람이 많아 일시적으로 ‘집단 면역’이 형성됐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일본 내 델타 변이 주류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다 감염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바이러스 자체의 감염력 상실이 아니라면 일본만의 감염자 감소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원래부터 환절기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국민 방역 의식이 높고, 아직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선 최근 한국의 감염 재확산 원인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한국이 최근 ‘위드 코로나’ 기조 아래 방역 수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며 유동 인구가 증가한 점, 초기에 백신을 완료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돌파 감염 사례가 잇따른다는 점을 참고해 ‘재확산’을 막자는 취지다.

일본감염증학회 이사장인 다테다 이치히로 도호대 의학부 교수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항체가 감소하며 돌파 감염이 발생하기 쉽고 실제 한국·유럽 각국에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본도 접종 6개월이 지난 고령자나 기저 환자들에게 3차 접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