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이자 왕위 계승 2순위인 히사히토(悠仁·16) 왕자가 일반적인 명문고에 진학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왕족이 왕실 전용 교육기관에 해당하는 ‘가쿠슈인(學習院)’ 대신 사립 고교에 입학한 첫 사례인 데다, 왕자의 명문고 입학 과정에 ‘왕실 특권’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아서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지난 16일 히사히토 왕자가 도쿄 쓰쿠바대 부속 고교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쓰쿠바대 부속고는 매년 도쿄대 합격자를 30명 정도 배출하는 명문 고교로, 학교 측의 자체 필기시험 등 치열한 입시에서 합격해야 입학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오차노미즈여대 부속중에 재학 중인 히사히토 왕자는 오차노미즈여대 부속중과 쓰쿠바대 부속고 사이에 체결된 ‘제휴교 진학’ 제도를 이용했다. 오차노미즈 부속중 재학생이라면 서류·면접 심사만으로 쓰쿠바대 부속고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히사히토 왕자가 오차노미즈여대 부속중에 입학하기 2년 전인 2017년 도입됐다.

이 때문에 슈칸신초 등 주간지들은 올 초부터 ‘히사히토 왕자가 시험 없이 명문 사립 쓰쿠바대 부속고에 진학한다’며 왕실 특권 의혹을 제기해왔다. 히사히토 왕자를 위해 미리 입학 제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명문고에 부당하게 진학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주간지들은 지난해 결혼 문제로 화제를 모았던 히사히토의 누나 마코(眞子) 공주에 이어 히사히토 왕자의 진학 문제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궁내청은 지난달 24일 “미성년자 진학 문제에 대해 억측에 근거해 매주 보도한다”며 “조용히 지켜봐 달라”는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히사히토 왕자가 주간지 보도 내용대로 쓰쿠바대 부속고에 진학하면서 비난 여론은 재차 확산 중이다.

여기에 히사히토 왕자가 지난해 3월 기타규슈시가 주최한 ‘제12회 어린이 논픽션 문학상’에 제출해 2위에 당선된 작문이 표절이라는 의혹도 이번 주 추가로 제기됐다. 궁내청은 주간지의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6일 “출처를 명기하지 않아 불충분한 면이 있었다”며 사실상 표절을 인정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