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에서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와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 중인 일본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전담 통역사였던 미즈하라 잇페이(40)의 ‘도박·절도 파문’이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1일 “캘리포니아의 불법 스포츠 도박 업자에게 최근 오타니 명의로 돈이 이체된 기록이 확인됐다”는 미 매체들의 보도가 나오며 불거진 이 사태는 오타니·미즈하라 양측이 ‘미즈하라가 도박 빚을 갚으려 오타니의 계좌에서 돈을 빼돌렸다. 오타니는 이를 몰랐다’고 밝혀 일단락되는가 했지만, 사태를 초기 보도한 매체들은 후속 보도를 통해 사실상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 채권자인 불법 도박 업자에게 돈을 보냈다’는 정황을 폭로하고 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문제를 알고도 빚을 갚아줬다면, MLB 징계는 물론 미 당국의 처벌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했다던 미즈하라의 학력이 가짜였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23일 ESPN·야후스포츠 등이 보도한 이번 사태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미 연방 수사 당국은 지난 1월 불법 도박 업자 매튜 보여를 수사하던 중 지난해 9~10월 오타니가 보여 측에 두 차례에 걸쳐 50만달러(약 6억7000만원)씩 이체한 기록을 확인했다. 이 정보를 입수한 ESPN이 지난 19일 오타니 홍보 담당자에 문의한 결과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 최대 송금 한도액인 50만달러를 수차례에 걸쳐 (보여 측에) 보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같은 날 미즈하라도 ESPN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오타니에게 (도박 관련) 사정을 얘기해 빚을 갚았다”고 했다. 미즈하라의 빚은 총 450만달러(약 61억원)였고 이를 8~9회에 걸쳐 나눠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하루 지난 20일, 오타니 측은 ESPN에 “미즈하라가 거짓말을 했다. 오타니는 (그의 도박 빚 문제를) 몰랐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전날 오타니의 증언이라고 언론에 전해진 말은 모두 미즈하라를 통해 나온 것인데, 통역사인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답을 전하는 과정에서 ‘가짜 뉴스’를 흘렸다는 것이다. 같은 날 오타니 측 변호인은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 피해자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이내 미즈하라도 ESPN에 “오타니는 내 도박 빚 문제를 전혀 몰랐다”며 전날의 증언을 철회했다. 이후 미즈하라는 구단(LA 다저스)으로부터 해고됐다.

다만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도박 문제에 대해) 거짓말했는가’란 질문엔 “그렇다”면서도, ESPN 취재 초기 오타니의 ‘미즈하라의 빚을 갚아줬다’는 답을 통역했을 때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느냐는 물음엔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오타니 측이 이날 입장을 바꾸며 ‘미즈하라가 통역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했던 설명과 상충되는 부분이다.

미 매체들은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문제를 알고도 빚을 갚아줬고, 후에 내부 상의를 거쳐 입장을 바꿨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CBS스포츠는 “오타니가 직접 돈을 보냈다면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타니는 지난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개막전을 마치고 귀국한 현재까지도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LA타임스는 22일 ‘오타니, 어른이 되어라. 침묵은 억측을 부른다’며 그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일본 TV아사히는 향후 조사 결과에 따를 수 있는 이번 사태의 시나리오를 네 가지로 나눠 22일 보도했다. 오타니가 보여 측에 보낸 송금 사실을 몰랐고 미즈하라가 오타니 계좌에 접근할 수 있었다면,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과 ‘횡령’ 혐의를 받는다. 미즈하라가 계좌 관리를 맡지 않았다면 ‘절도’ 혐의가 된다. 다른 두 시나리오는 오타니가 송금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경우다. 미즈하라가 오타니에게 도박 문제를 밝히지 않고 다른 이유로 송금을 부탁했다면, 그는 불법 도박과 함께 ‘사기’ 혐의를 받는다. 오타니가 송금 사실을 알았고 그것이 미즈하라의 도박 빚 때문임도 알았다면 미즈하라는 물론 오타니도 수사선에 오르게 된다. 다만 미즈하라는 ‘스포츠 도박이 불법인 줄 몰랐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오타니와 그가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에선 스포츠 도박이 불법이다. 미 NBC 등은 “오타니가 통역사를 통해 대리로 불법 도박을 했다면 (MLB에서) ‘1년간 출전 금지’ 이상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MLB 조사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를 정식 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미 국세청(IRS)도 미즈하라 수사에 돌입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일본 주간 슈칸분슌은 “미즈하라가 공식 학력으로 밝혀온 미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에 확인한 결과 ‘미즈하라 잇페이란 학생이 다녔다는 기록은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23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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