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매체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주로 정치나 경제, 굵직한 사회 이슈에 한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에서 교환 유학을 하고, 일본 음식을 좋아하고,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기자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지금 일본에서 진짜 ‘핫’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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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앞으로 ‘하청’이란 표현을 볼 수 없게 됩니다. ‘하청’은 대기업 등 발주처가 직접 처리하기 까다로운 일을 돈을 내고 거래처에 맡기는 업무 방식. ‘시타우케(下請け)’란 일본식 표현이 한자 그대로 한국에 건너온 말인데요. 일본 정부는 이 말이 기업 사이의 차별적 상하(上下) 관계를 내포한다면서, ‘중소수탁사업자(中小受託事業者)’로 대체해 사용하도록 방침을 정했습니다.
마이니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24일 개원하는 정기국회에 ‘하청 사업자’를 ‘중소수탁사업자’로, 발주처에 해당하는 ‘원사업자’를 ‘위탁사업자’로 부르게 하는 법률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당초 ‘파트너’ ‘수주업자’ 등 다른 후보도 거론됐는데 보다 넓은 역할을 포괄하려 이런 표현으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이는 정부가 발주처와 거래처가 대등한 입장에서 가격 교섭에 임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인, 하청법(하청 대금 지불 지연 등 방지법) 개정안의 일환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습니다. 일본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현지 하청업제가 물가 등 비용 상승분을 원청업체와의 거래가에 반영할 수 있었던 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49.7%에 그쳤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거래처에 불합리한 부담을 지우는 행위를 방지하겠단 계획인데요. 하청이란 표현을 없애는 것이 그 첫발입니다.
하청 표현 논란은 처음 화두로 끌어올린 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였습니다. 기시다는 재임 시절인 지난해 3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하청이란) 지금의 명칭 그대로는 발주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하청 사업자를 부하 조직으로 간주할 수 있단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연립당인 공명당 니시다 마코토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는데요. 당시 니시다 의원은 “하청이란 말은 ‘위와 아래’ 개념을 내포해, 무의식중 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 중 가슴을 펴고 자신이 ‘하청’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이후 내각에서 공식 명칭을 바꾸자는 논의가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시바 내각이 준비한 하청법 개정안엔 거래 대금을 현금화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약속어음(約束手形)으로 지불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안도 담겼습니다. 규제를 위반한 악질 기업은 재발 방지 권고와 함께 회사명을 공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또 대금 지불 지연 등의 보호를 받는 거래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일본 하청법은 발주처와 거래처의 자본금 기준을 각각 ‘3억엔(약 27억8000만원) 초과’ ‘3억엔 이하’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직원 수에 근거한 적용 기준을 신설, 제조업의 경우 ‘300명 이상 기업’에서 ‘300명 이하 기업’으로의 발주 건이라면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습니다. 서비스업에선 이 인원 기준이 100명으로 낮아집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주력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이시바 총리는 2020년대 안에 전국 평균 최저임금을 1500엔(약 1만4000원)으로 끌어올리길 목표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약 1055엔입니다. 이 목표 실현을 위해선 일본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임금 인상이 필수적이고, 이를 견인하기 위해 불공정한 산업계 구조를 고치겠다는 거죠.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 16일 관저에 경제 참모와 재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공평한 가격 교섭을 방해하는 업계 문화를 일소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71~72편 링크는 아래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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