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두고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불편한 의제를 피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태도로 시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지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시바는 과거 방위청 장관 시절 러시아 국방 장관에게 선물하기 위해 이틀 밤을 새워 러시아 항공모함 프라모델(모형)을 조립했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일본에선 이러한 외교 수법을 ‘고마스리(胡麻擂り·아부) 외교’라 부른다. 고마스리는 직역하면 ‘깨를 빻다’라는 뜻으로, 깨를 빻을 때 절구 이곳저곳에 가루가 흩뿌려지는 모습에 빗대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아부한다’는 관용어로 쓰인다. ‘고마스리 외교’의 대가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라는 평가가 많다. 대표적으로 아베는 2016년 11월 미 대선이 끝난 직후 뉴욕 트럼프타워로 날아가 트럼프에게 금장 골프채를 선물했다. 이후 정상회담만 14번, 골프 라운딩만 5번을 가지며 개인적 유대 관계를 쌓아나갔다.
그 결과,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아베의 이름을 이시바보다 많이 언급할 정도였다. 트럼프는 “나는 일본의 위대한 총리였던 아베 신조와 긴밀히 협력한 경험이 있다”며 “아베는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였으며 이시바 총리도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 수입 철강 제품 고관세 부과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서 일본을 예외로 두지 않았고, 당시 일본 언론은 “아부 외교는 아베 정권의 오산으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도쿄신문)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 외 일본 옛 총리들도 아부 외교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제1야당 입헌민주당 소속인 간 나오토 전 총리(2010~2011년 재임)는 2010년 9월 중국과의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붙잡힌 중국인을 처벌 없이 풀어줬다. 이후 간 전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만난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에게 대화를 요청했다가 ‘복도 회담’을 하는 굴욕을 맛봤다.
고마스리 외교의 뿌리는 일본 대외 교류가 본격화한 메이지 시대(1868~1912) 무렵으로 분석된다. 1850년대 일본 막부는 개항을 요구하는 열강의 압박에 못 이겨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과 연달아 수호 통상 조약을 맺었다. 대부분 일본의 관세 자주권을 박탈하는 불평등 조약이었다. 1868년 막부 몰락 뒤에도 메이지 정권은 열강의 지지를 얻으려 불평등 조약 체제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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