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일본 오사카 인근 인공섬 유메시마에서 개막하는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세계박람회·이하 오사카 엑스포)를 앞두고 주최 측이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5월까지 행사장에 오는 관람객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무제한 관람이 가능한 자유이용권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약하지 않고도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당일권도 판매하기로 했다. 인기 놀이공원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입장권을 공식 사이트에서 구입할 경우 엑스포 입장권을 10% 깎아주는 행사도 시작하기로 했다. 엑스포 공식 마스코트 ‘먀쿠먀쿠(脈脈)’가 인기 고양이 캐릭터 ‘헬로 키티’와 박람회장 곳곳을 보여주는 홍보 동영상도 최근 유튜브에 올라왔다.
엑스포 개막까지 한 달도 더 남았는데 할인 행사가 잇따라 추진되는 까닭이 있다. 입장권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엑스포 입장권 사전 판매 실적은 목표치 1400만장의 57%에 불과한 796만장에 그쳤다. 그나마 기업 등 단체 구매가 상당수여서, 외국은커녕 일본인 사이에서도 좀처럼 엑스포 붐이 일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행사의 얼굴인 마스코트인 ‘먀쿠먀쿠’에 대해 “방사능 재앙을 떠올리게 한다”거나 “괴물 눈알처럼 기괴하다”는 등의 혹평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엑스포는 5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등록박람회로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적 이벤트로 꼽힌다. 일본에서 BIE 등록박람회가 열리는 것은 1970년(오사카)과 2005년(아이치)에 이어 세 번째다. 프랑스(파리), 러시아(예카테린부르크) 등과 치열하게 경합해 개최권을 따냈지만, 개막이 임박했는데도 예상보다 낮은 관심 때문에 주최 측엔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흥행 필승 카드로 여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엑스포 방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 내부적으로는 성사 가능성을 상당히 기대하는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6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트럼프가 오사카 엑스포에 맞춰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시바는 최근 잇따라 트럼프의 오사카 엑스포 방문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최근 국회 발언에서는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 당시 상황을 보고하면서 “엑스포가 화제에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은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시바는 TV 프로그램에서는 “1970년 오사카 박람회를 방문한 에피소드를 얘기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는 어떤 전시가 나오냐’며 강한 흥미를 드러냈다”고도 했다.
이시바의 언급대로라면 트럼프가 일본을 방문하면서 수도 도쿄에서의 일정과 별개로 오사카 엑스포장까지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방문 일자는 7월 19일쯤이 될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개최 기간 동안 하루씩 주요 참가국을 위한 국가의 날이 지정되는데 이날이 미국의 날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엑스포 방문이 성사될 경우 일등공신은 ‘화성의 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럭비공만 한 크기에 무게 13㎏인 이 돌은 약 1000만~1300만년 전, 화성에 소행성이 충돌할 때 충격으로 우주로 튀어나와 운석이 돼 남극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11월 일본의 남극 기지인 쇼와기지에서 350㎞ 떨어진 곳에서 발견돼 엑스포의 일본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트럼프 2기에서 정부효율부를 이끌고 있는 최고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인류의 화성 이주 계획을 주창해왔고, 트럼프도 지난 1월 취임 연설에서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화성은 트럼프 정권에 매우 중요한 상징의 하나”라고 했다.
만일 트럼프와 머스크가 ‘화성의 돌’ 전시장을 동반 방문하면, 엑스포의 화제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과시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때와 빼닮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미국 전시관이 아폴로 계획의 성공으로 우주 비행사가 달에서 가져온 약 900g의 ‘달의 돌’을 전시하면서 큰 화제가 됐고, 183일 동안 6422만명이 관람하는 흥행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40년 뒤 2010 중국 상하이엑스포에 관람객 7308만명이 몰리면서 깨졌다.
엑스포의 흥행 여부는 일본 정치 구도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작년 중의원(하원) 선거 참패로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이시바의 자민당이 최근 들어 오사카와 간사이 지역에 지지 기반을 둔 보수 야당 일본유신회와 연대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바는 최근 일본유신회의 협력으로 예산안을 순조롭게 통과시켰다. 트럼프 예상 방문 시기로 거론되는 7월에는 참의원(상원) 선거도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치권에서는 엑스포 전시장에서 트럼프가 ‘화성 붐’을 일으켜줘 선거도 손쉽게 이긴다는 ‘이시바식 승리 전략’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화성의 돌을 정치적인 연금술로 더욱 빛나게 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시바 총리의 지지율도 의심의 여지없이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임자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 대비된다. 기시다는 일본유신회를 라이벌 정치 세력으로 간주하고 견제할 목적에서 엑스포와 거리를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시바는 지난 1월 오사카엑스포 명예회장에 취임할 정도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