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일본 고후지방법원이 한 주택에 침입해 부부를 살해하고 방화한 엔도 유키(당시 19세)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는 모습. 일본 NHK가 사형 판결 현장 스케치를 보도한 장면. /NHK의 방송 화면 촬영.

사형수에게 당일 아침에야 형 집행 사실을 통보하는 건 헌법 위반일까. 이 문제를 두고 일본에서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다.

18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오사카고등법원이 ‘지금처럼 사형 집행 직전에야 알려주는 방식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사형수 두 명이 제기한 소송과 관련, 1심 판결을 뒤집고 다시 심리하라고 명령했다. 1심은 사형수들의 요구에 대해 “소송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한 바 있다.

현재 일본에서 사형수에게 사형 집행을 고지하는 방식에 대해 법률로 정해진 규정은 없다. 다만 “사형 당일보다 전에 고지했을 경우 심정적인 안정을 현저히 해친다”는 이유로 집행 한두 시간 전에 알리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앞서 지난해 일본의 사형수 두 명은 이 같은 방식이 위법하다며 옥중(獄中) 소송을 제기했다. ‘누구든지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르지 않고 생명이나 자유를 박탈당하거나 형벌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31조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지난해 오사카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당일 고지 방식의 위헌성 여부를 다루는 건, 결국 사형 집행을 막는 효과를 초래한다’며 소송 자체가 위법하다고 봤다. 근거는 1961년 최고재판소(대법원에 해당)가 내린 유사 판례였다. 당시엔 교수형이라는 사형 집행 방식의 위법성을 제기한 소송이었는데 최고재판소는 ‘집행 방식을 문제 삼으면, 사형 집행을 막는 게 되기 때문에 소송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형 집행 사실을 미리 알린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형 고지 시기와 관련해 소송을 제기하는 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이 원고 청구대로 사형 집행 당일 고지가 적절한지 여부를 심리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만약 현재의 운용 방식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전날까지 고지해 적법하게 집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형 집행 전날에 알려주는 방식을 지지하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1심과 마찬가지로 사형수들이 ‘언제 집행될지 모르는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국가에 낸 2200만엔(약 2억1300만원) 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사형수 측 우에다 유타카 변호사는 “2심 판단으로 어렵게나마 다시 출발선에 섰다”며 “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국가는 모든 사형수에 대해 당일 고지 방식의 형 집행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997년을 끝으로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주기적으로 사형을 집행한다. 현재 일본의 미집행 사형수는 10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