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25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해산을 명령했다. 1년 반 전 일본 정부가 고액 헌금 등의 문제를 근거로 제기한 해산 명령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가정연합 측은 “즉시 항고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이날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과 관련해) 유례없는 방대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고 현재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부과학성의 청구를 인정했다. 일본에서 정부 청구로 종교법인이 해산되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도쿄 지하철역에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곳의 전례가 있다. 다만 형사 범죄가 아닌 민법상 불법행위를 문제 삼은 해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문제는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통일교 신자의 아들인 살인범은 모친의 과도한 헌금 탓에 집안이 파탄 나자 아베가 가정연합을 돕는 정치인이라고 믿고 총격을 가했다. 반(反)가정연합 여론이 거세졌고 문부과학성은 2023년 10월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문부과학성은 “1980년대부터 교단은 신자들에게 고액 헌금 요구를 반복했다”며 “교단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32건이며 피해 규모는 약 1550명, 약 204억엔(약 199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종교법인법의 해산 요건인 ‘공공의 복지를 해치고 종교단체의 목적을 현저히 일탈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가정연합의 후쿠모토 슈야 고문 변호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정연합은 항고할 수 있지만 만약 고등법원에서도 해산 명령이 내려지면 최고재판소(우리나라의 대법원)에 재항고하더라도 명령의 효력이 발생하고 해산 절차가 진행된다. 종교법인은 자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직이 남더라도 더는 종교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세 비과세 등 혜택이 사라진다. 종교법인 자격과 혜택은 사라지지만 여전히 임의의 종교 단체로 활동은 계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