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이오지마를 80년만에 다시 찾은 미국 100세 노병은 “일본을 미워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나쁜 것은 전쟁이다.”고 말했다. 1945년 2월, 당시 스무살 해병대원 조 캐미니티(Joe Caminiti)는 이달 29일 노병의 모습으로 이오지마의 땅을 밟았다. 이오지마 전투 80년을 맞아, 미·일 양국 정부가 마련한 합동 위령식에 참가한 것이다. 합동위령식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미·일 동맹의 견고함을 대외에 알리는 자리였다.
30일 아사히신문·커넥티컷벳블루틴 등에 따르면 조 캐미니티는 전우들이 희생한 이오지마에 두번 다시 찾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1945년 2월 19일, 미군이 섬에 상륙한 이후 한달여 전투 동안, 미군은 약 6800명이 사망했고 2만여 명이 부상했다. 일본군은 약 2만1900명이 사망했다.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야만적이고도 고귀한 전쟁’으로 불리는 이유다.
캐미니티는 날마다 부상병과 시신을 운반했다. 타고 있던 수륙양용차도 몇차례나 총탄을 맞았다. 그는 아시히신문에 “죽은 미군들은 피를 흘렸고, 눈을 뜬 채로 나를 보는 것 같았다”며 “살아남은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했다.
캐미니티는 “나는 영웅이 아니다. 진짜 영웅은 땅 속에 있다. 죽은 그들은 (미국·일본) 어느 쪽도 모두 영웅이다”라며 “일본을 미워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쁜 것은 전쟁이다”고 말했다. 캐미니티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커넥티컷주으로 돌아가 신발 공장 등에서 일했다. 참혹한 전쟁 현장을 경험한 전우들이 거의 사라진 지금, 그는 당시 체험을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실제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진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전쟁은 즐거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날 이오지마 미일 합동 위령식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과거 전쟁을 벌였던 일본과 미국은 화해했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됐다”며 “평화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고, 일·미 동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미국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됐다”며 “우리의 동맹은 앞으로도 인도·태평양에서 자유, 번영, 안전보장, 평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