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진은 지난 2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에게 상품권을 선물해 비판받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른바 ‘상품권 스캔들’에 대해 사과했다. 이시바 총리는 “줄곧 구두쇠라는 소리를 듣다 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상품권 스캔들은 지난달 초선 의원들과 회식을 앞둔 이시바 총리가 사비(私費)로 각 의원실에 10만엔(약 98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보낸 일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랜 기간 ‘사람들과 못 어울린다’ ‘회식을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줄곧 구두쇠 소리를 들었는데 (그 말을) 꽤 신경 쓰고 있었던 것 같다”며 “나 자신을 잃어버린 부분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점잖게 표현했지만, 구두쇠라고 거듭 비판받은 끝에 그릇된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이시바 총리는 “(스캔들 이후) 주변에서 ‘구두쇠라도 상관없다’ ‘비판에 신경 쓰지 말고 이시바다움을 잃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상품권 선물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당초 고생하는 의원 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뜻이었다”고도 했다. 최근 내각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서는 “모두 나의 책임이다. 진심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하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본래 이시바 총리는 ‘혼밥’과 ‘혼술’을 좋아하고 의원실에서 독서하는 시간이 많다. 총리 후보로 자주 거론됐지만, 좀처럼 동료 의원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밥을 사지 않아 ‘자민당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없는 유력 정치인’으로 통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가와 준야 의원은 “(이시바 총리에겐) 계속 구두쇠로 남을 용기가 필요했다”며 “구두쇠가 구두쇠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총리가 되고) 새로 쓸 수 있는 돈이 생긴 것 아닌가”라고 했다. 사비가 아니라 공금을 유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