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구석 레터는 교육계 소식입니다. 일본의 국립 명문 도쿄대가 오는 2027년 학사와 석사, 문과와 이과 과정을 통합한 신(新)과정 ‘컬리지 오브 디자인(college of design)’을 신설하고 그 학부장직에 외국인 교수를 앉히기로 했습니다. 1877년 개교한 도쿄대에 외국인 학부장이 기용되는 건 최초입니다.

도쿄대에 새로운 학부가 들어서는 것은 1958년 약학부 창설 이래 약 70년 만입니다. 컬리지 오브 디자인은 도쿄대의 11번째 학부가 됩니다. 정원은 약 100명. 이중 절반이 해외에서 오는 유학생으로 채워질 계획이라 합니다.
컬리지 오브 디자인이란 미술대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변혁으로 나아가는 길을 구상(design)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이 학부는 다른 학부와는 다르게 미국과 같은 가을 입학제로 운영될 방침입니다. 다른 일본 대학처럼 4월이 아니라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입시 제도도 일본 현행과 다르게 치러집니다.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학부 4년에 대학원 석사과정 1년을 합친 총 5년간의 과정입니다. 이중 1년은 기업 인턴십이나 교환 유학 등으로 대학 밖에서 보내도록 할 방침입니다.
1학년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유학생 비율이 높다는 특성에 맞춰, 입학 직후 숙식을 함께하도록 해 서로의 이(異)문화 이해를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문·이과로 학생이나 수업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가 커리큘럼을 설계해 들을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나 생물 다양성, 디지털 사회처럼 기존의 학문 구분으로는 깊숙이 들여다보기 어려운 영역에서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도쿄대 교수진뿐 아니라 국내외 유식자들이 초빙될 예정입니다.
도쿄대가 이런 독특한 학부를 신설한 배경엔, 최근 해외 유력 대학에 뒤처지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은 분석합니다. 도쿄대는 영국 대학 평가 기관 ‘타임스고등교육(THE)’이 발표한 ‘2024 세계 대학 순위’에서 29위에 이름을 올렸는데요.
일본 대학 중엔 가장 높은 순위지만, 동아시아에선 중국(칭화대 12위, 베이징대 14위)에 뒤졌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선 서울대가 62위로 가장 높았습니다.
나아가 현재 도쿄대 학부생 중 외국인 유학생 비율은 2%고, 학생과 교원 중 여성의 비율은 20% 전후에 그쳐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엔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신학부에 외국인 유학생을 대거 들이고, 학부장 자리에 외국인 교수를 기용해 재기를 노리겠다는 것입니다.
앞서 도쿄대는 지난해 9월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같은 이유로 20년 만에 등록금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기존 53만5800엔(약 536만원)이었던 연간 등록금이 올해부터 64만2960엔으로 올랐습니다.
후지이 데루오 학장(총장)은 당시 “고등 교육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만큼 학습 환경 개선을 주저해선 안 된다. 등록금 인상은 이를 위한 기반 정비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