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열리는 그랜드 링 - 오사카 엑스포의 상징 건축물 ‘그랜드 링’.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기네스 인증을 받았다. /엑스포2025 홈페이지

13일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오사카 엑스포)가 일본 오사카에 있는 인공섬 유메시마(夢洲)에서 개막해 10월 13일까지 184일간 열린다. 하루 앞선 12일엔 레이와 천황 부부, 이시바 시게루 총리 등이 참석하는 개회식이 열린다. 일본에선 1970년(오사카)과 2005년(아이치)에 이은 세 번째 엑스포다. 이번 엑스포는 5년마다 개최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등록 박람회로,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적 이벤트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지속 가능한 미래 사회를 위한 기술·아이디어 제시, 투자 확대와 경제 활성화, 일본 문화 전파 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국내 여론은 매립지에 조성된 전시장의 메탄가스 폭발 위험, 3850엔(약 3만9000원)짜리 라멘을 비롯한 바가지요금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사히신문이 최근 “오사카 엑스포,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엑스포 예약 인원은 이달 2일 기준 870만명에 그쳐 예상 총 관람객 2820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오사카 엑스포는 오사카시(市) 서쪽에 있는 여의도 절반 크기의 매립 인공섬에서 열린다. 현장을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은 가장 먼저 거대한 원형 목조 구조물 ‘그랜드 링’(Grand Ring)과 마주하게 된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적삼나무로 지은 구조물은 지름 614m에 둘레 2㎞, 최고 높이 20m다.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축물’로 등재됐다.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9일 미디어 사전 공개 행사에서 미국관을 찾은 방문객들이 대형 입체 화면에 구현된 우주 영상을 감상하고 있다. 오사카 엑스포는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을 주제로 10월 13일까지 184일간 계속된다. /AFP 연합뉴스

20여년 후 미래를 미리 엿보는 첨단 제품도 대거 소개된다. 가와사키중공업이 선보일 ‘콜레오’(CORLEO)는 사람을 태우고 말처럼 네 발로 달리는 오토바이 크기 로봇이다. 수소 엔진을 써서 도로가 없는 산악 지대에서도 이동할 수 있다. 전투기 조종석을 닮은 ‘미래 인간 세탁기’는 안에 들어가 누운 뒤 문을 닫으면 지름 0.003㎜의 초(超)미세 기포가 나와 15분 만에 몸을 씻고 말려 준다. 제조사 사이언스의 창업자 아오야마 야스아키 회장은 “체험해 보면 누구나 ‘엄청나다’며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 크기인 17m의 건담 전시물이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만든 지름 3㎝의 ‘미니 심장’ 등 150여 국이 최첨단 아이디어와 기술을 대거 선보인다. 한국관도 955㎡(약 289평) 공간에서 인공지능(AI), 수소연료전지, 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기술을 전시한다.

그래픽=이철원

엑스포 측이 가장 기대하는 전시물은 럭비공 크기에 무게 13㎏인 ‘화성의 돌’이다. 일본관에 전시될 이 돌은 약 1000만~1300만년 전 화성에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 충격으로 튀어나와 우주를 떠돌다 지구의 남극에 운석으로 떨어졌다. 일본관은 ‘화성의 돌’과 함께 소형 화성 운석 10개도 전시해 관람객이 만져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본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쯤 ‘화성의 돌’을 보러 현장을 방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이전 엑스포에서 ‘달의 돌’로 흥행에 성공한 전례도 있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당시 미국관은 아폴로 프로젝트(유인 달 탐사)를 통해 달에서 가져온 약 900g의 월석(月石)을 전시해 관람객 6422만명이라는 이례적 흥행을 기록했다.

문제는 싸늘한 일본 국내 여론이다. 일본에선 엑스포에 전시될 미래 기술보다 한 그릇에 3850엔짜리 라멘이 훨씬 큰 화제다. 엑스포 현장에서 한정 메뉴로 내놓는 이 라멘은 고베산 소고기 100g을 스키야키 스타일로 조리해 토핑으로 올리고 그릇도 일본 전통 공예 작품 ‘와지마 칠기’를 썼다.

대표적 서민 음식인 라멘을 웬만한 스테이크 가격에 파는 데 대해 소셜미디어에선 “결국 돈 많은 외국인들만 먹으라는 거냐” “서민 가족이 라멘 한 끼 먹으면 1만엔(약 10만원)”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메탄가스가 폭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악재다. 행사장인 유메시마가 매립지 위에 만든 인공 섬이어서 폐기물 등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언제 지하에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일 전시장에서 폭발 가능한 수준의 메탄가스 수치가 측정돼 환기를 위해 소방관이 긴급 투입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3월에는 공사 도중 메탄가스가 실제로 폭발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