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방구석은 교통계 소식입니다. 일본 도쿄와 가나가와 등 수도권에서 철도를 운영하는 게이오전철(京王電鉄)이 최근 승객 분실물 반환율을 세 배로 높였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습니다. 2023년 민간 기업과 제휴해 도입한 ‘이 기술’ 덕분이라는데요.
게이오전철은 2023년 5월 승객 분실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도쿄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파인드(find)’가 개발한 ‘분실물 클라우드 파인드(落とし物クラウドfind)’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하루 24시간 언제든지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 ‘라인’에서 분실물 의뢰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승객이 분실물 사진이나, 사진이 없으면 그 생김새를 묘사해 메시지를 보내면, AI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게이오전철이 모아놓은 분실물 데이터에서 승객의 물건을 찾아주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게이오전철 철도영업부의 우스이 히사시(臼井久)씨는 “유사품이 많아 일일이 찾기 어려웠던 우산이나 장갑도 (AI 기술로)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전화 문의가 집중되는 시간대엔 분실물을 잃어버린 승객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해 불편을 야기했던 문제도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AI 서비스란 점에서 해소됐다”고 했습니다.
게이오전철 측은 도입으로부터 약 2년 지난 최근 월평균 1만6000건에 달하는 분실물 중 6000건가량이 주인 품에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환율이 약 40%에 육박하는 겁니다. 전철 관계자는 “(분실물 관련) 전화 문의도 30%쯤 줄어 업무 부담도 덜었다”고 전했습니다. 자체 설문조사에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93%가 높은 평가를 줬다고 합니다.
게이오전철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일본 대표 관광지 후쿠오카 등 규슈(九州) 지방에서 활동하는 철도 회사 JR규슈도 2023년 9월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아사히가 보도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일본 철도 회사들이 AI 분실물 반환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도입한 건, 코로나로 수익이 대폭 감소한 가운데 승객은 다시 늘면서 관련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AI 스타트업 파인드는 지난 1월 간토(関東·관동), 도호쿠(東北·동북), 도카이(東海·동해) 등 동일본 전역에서 운영되는 JR동일본과도 업무 제휴를 맺었습니다. 이 밖에도 게이큐전철(京急電鉄), 니혼교통(日本交通) 등 협업하고 있는 교통 업체만 24사(社)입니다. 서비스 운영비는 월 20만엔(약 200만원)부터로 웬만한 직원 한 명 월급보다 쌉니다.
기후·지바·시즈오카현 등 전국에서 10개의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부동산 업체 ‘미쓰비시지쇼 사이몬(三菱地所·サイモン)’도 올 2월 파인드의 AI 분실물 반환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지난달 4일엔 매달 6000건 이상의 분실물이 발생하는 도쿄 하네다공항에도 공항 최초로 도입됐습니다. 공항이란 장소 특성에 맞춰 다국어 대응이 가능한 새로운 서비스가 개발됐다고 합니다. 일본어·영어·중국어와 함께 한국어로도 이용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파인드는 지난달 13일 내각 주최 디지털 기술 시상식인 ‘데지덴 고시엔(Digi田·甲子園)’에서 최고상 내각총리대신상을 수상했습니다. 2021년 12월 설립돼 3년여 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데지덴’은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원도시 국가구상’의 준말입니다. 여기에 매해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효고현 야구 구장명이자, 확장된 의미로 ‘대회’를 뜻하는 대명사처럼 쓰이는 ‘고시엔’을 붙인 겁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직접 도쿄 총리관저에서 표창을 수여했습니다. 일본 사회의 숙원인 디지털화(化)에 들어맞는 사업인 데다, 고객 분실물 반환율을 높여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라고 불리는 일본 특유의 대접 문화를 드높였다는 평을 받았다고 전해졌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