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텔 숙박료가 비싸 난리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일본 호텔 평균 객실 단가는 1박에 2만3579엔(약 24만원). 전년 동기를 15% 웃돌았고 1996년 조사 개시 이후 최고를 갱신했습니다.
해외보다 국내 여행 선호도가 높고 지방 출장도 잦은 일본인들에겐 큰 시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호텔 숙박료가 이 정도로 치솟은 건 최근 여행 수요 증가의 여파입니다.
이 가운데 일본인들 사이 호텔보다 저렴하고, 이동수단 역할까지 하는 ‘야간 버스’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일본 야간 버스 운행사 ‘윌러 익스프레스’가 최근 고객 18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85%가 “최근 1년 새 호텔 등 숙박 요금이 비싸졌다”고 했고 이들 중 63%가 “호텔 숙박료가 비싸 야간 버스를 이용했다”고 했습니다. 특히 최근 1년 안에 야간 버스를 탄 적 있는 고객의 20%는 “숙박료가 비싸지기 전엔 야간 버스를 이용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야간 버스란, 도쿄에서 오사카(약 500㎞) 등 비교적 장거리를 위주로 낮이 아닌 밤에 운행하는 버스를 말합니다. 의자를 젖혀 침대로 만들어 이동 중 잠까지 잘 수 있습니다. 비행기나 고속열차보다 운임이 싸고, 여행 일정 중 하루 숙박료도 아낄 수 있습니다.
윌러 익스프레스는 총무성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을 토대로 집계한 결과, 코로나 전인 2019년 대비 지난해 호텔 등 숙박료가 전국에서 31% 올랐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야간 버스를 포함한 고속버스 운임은 10% 오르는 데 그쳤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이동하는 동시에 잠까지 잘 수 있는 야간버스가 우리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챙기는 동시에, 가성비의 시간 버전인 ‘타임 퍼포먼스’도 높다고 반응합니다. 비행기 등 다른 이동수단의 경우 목적지에 대개 낮~저녁 시간대에 도착하죠. 도착한 날 하루를 날리고 숙박료도 1박 늘어나는데, 야간 버스를 타면 이른 아침 도착해 하루도 알차게 쓰고 숙박료도 굳어 일석이조란 얘기입니다.
호텔 숙박료에 부담을 느낀 일본인들이 야간 버스로 시선을 돌리면서 현지 관광 업체들도 보다 편리한 시설을 갖춘 야간 버스를 신설하는 등 수요에 발맞추고 있습니다. ‘고치역전관광’은 지난달 도쿄·도쿠시마·고치현을 오가는 코스에 앞뒤 좌석을 2층 침대처럼 조정할 수 있는 야간 버스를 도입했어요.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 버스 편도 운임은 7000엔(약 7만원) 안팎으로 호텔 평균 객실 단가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지난달 11일 첫 승차권 판매 개시 당시 5분도 안 되어 전석 매진됐다고 합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코로나 때 승객 급감과 인력난으로 경영난에 부닥친 야간 버스 운행사들이 의도치 않은 호황을 맞았다고 주목하고 있습니다. 교통 전문 매체 노리모노뉴스 등은 “숙박비 급등으로 야간 버스 업계에 순풍이 불고 있다”며 “다만 운전수 등 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수요에 대응하려는 업체들의 채용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에선 지난 26일 최장 11일의 장기 연휴 ‘골든 위크’가 시작됐고, 지난 13일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2025 간사이 엑스포’도 개막해 국내 여행 수요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TBS, 주간 프라이데이 등 현지 매체들은 “숙박료 급등으로 숙소에서 조식을 먹지 않는 ‘박식(泊食) 분리’나 상대적으로 싼 캡슐 호텔 이용 등이 인기”라며 “특히 야간 버스는 숙박과 운임료 모두 절약할 수 있는데다 아침 일찍 움직일 수 있어 주목도가 높다”고 전했습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