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자신의 호텔에 1200명 이상을 숨겨주고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운 폴 루세사바기나(66)가 테러 조직을 지원한 혐의로 르완다 경찰에 체포됐다. 루세사바기나 측은 “정부가 가짜혐의를 씌워 체포한 것”이라고 했다. 루세사바기나는 2006년 개봉한 영화 ‘호텔 르완다’ 주인공이다.
르완다수사국(RIB)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루세사바기나는 무장 테러 조직 일원으로 르완다 내외에서 작전을 수행했다”며 “그를 해외에서 체포해 수감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를 테러, 방화, 납치, 살인 등 중범죄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그에게 수갑과 마스크를 씌워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있는 수사국 본부로 압송하는 장면도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당국은 그의 혐의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밝히지 않았다.
르완다 대학살은 1994년 르완다 인구 85%를 차지하는 후투족이 소수족이었던 투치족과 후투족 온건파를 80만명 이상 학살한 사건이다. 루세사바기나는 후투족이었지만 자신의 호텔에 투치족 1200명 이상을 숨겨줬다. 호텔을 수색하려는 후투족 군인을 직접 막아서기도 했다. 그는 2006년 발간된 자서전에서 “르완다 전역에서 사람들이 마체테(날이 넓은 칼)로 죽임을 당했지만 내 5층짜리 호텔 건물은 모두에게 대피소가 되어 주었다”고 했다. 그는 2005년 많은 인명을 구한 공로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자유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르완다에서는 반(反)정부 인사로 활동해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있다. 대학살 이후 르완다에서는 후투족 정권이 축출되고 투치족인 폴 카가메 대통령이 20년째 집권하고 있다. 카가메는 루세사바기나가 해외에서 르완다 반란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수년째 주장하고 있다. 또 루세사바기나가 학살 소재를 상업적인 이득에 활용했다고 비난했다.
루세사바기나의 호텔 대변인은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는 그가 납치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는 르완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 유린을 비판해왔고 르완다 정부는 그런 이들에게 가짜 혐의를 씌워 왔다”고 했다. 루세사바기나는 그동안 미 텍사스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주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