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각) 발생한 이란 핵 개발의 아버지 모센 파흐리자데 암살은 “3분간 어떠한 요원의 현장 개입 없이 원격조종 기관총으로” 이뤄졌다고, 이란 반(半)관영 파르스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이는 선도(先導)하던 경호 차량 근처에서 폭발물이 먼저 터지고, 이후 최소 12명의 저격조가 차량을 탈출한 파흐리자데와 경호원들을 사살하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지금까지의 보도와는 다른 것이다.

정밀 총격을 받은 이란 핵개발의 아버지 모센 파흐리자데 부부가 탔던 차량. /West Asia News Agency 연합뉴스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은 파르스 보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파흐리자데 부부는 이날 아침 경호 차량들의 앞뒤 호위를 받으며 수도 테헤란 동쪽의 부유한 별장 지역인 아브사르드로 향하고 있었다. 앞서 가던 경호차량이 사정(射程)거리에 진입하는 순간 암살 작전이 시작했고, 수많은 총탄이 파흐리자데가 탑승한 방탄(防彈) 차량에도 쏟아졌다.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그러나 이 순간에도 파흐리자데는 자신이 공격받는 줄 모르고, 총격음을 어떤 사고나 차량 문제로 인해 발생한 소음으로 생각하고 차량을 도로변에 세우고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최초의 총격이 원격 작동한 기관총에 의한 것인지,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인지는 파르스 통신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파흐리자데가 차량을 빠져 나오자 바로 1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던 닛산 차량에 탑재된 원격조종 기관총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파흐리자데는 옆구리에 두 발, 등에 한 발을 맞았고 등의 한 발은 그의 척수를 관통했다. 이후 닛산 공격 차량은 폭발했다. 파르스 통신은 닛산 차량의 소유주는 암살 작전 한 달 전인 10월29일에 이미 이란을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언론 매체들은 “현장 사진을 분석한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원격 조종 기관총’이라는 파르스 보도에 의문을 표시한다”며 “파흐리자데 부부가 탄 차량을 겨냥해 정밀하게 이뤄진 총격은 원격조종 자동 기관총으로는 힘들고, 고도로 훈련된 무장요원들의 솜씨에 걸맞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먼저 로터리에 세워진 닛산 차량이 폭발하면서 인근 송전기가 쓰러졌고, 이어 인근의 차량과 모터사이클에서 나온 12명의 저격 요원들이 파흐리자데 부부의 차량에 총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핵개발의 아버지인 파흐리자데의 암살은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장기 계획의 정점(頂點)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현장에서 자국 요원이 체포되지 않는 한, 자국의 개입을 부인한다. 29일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은 TV에 “이란 내 암살은 누가 했든지,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동 전(全)지역과 세계에 도움이 된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