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 백신 확보에 주력하는 가운데 마다가스카르·탄자니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血栓·핏덩이) 생성 등 부작용을 근거로 백신을 거부하며 약초 등을 활용한 전통 의학을 고집하고 있다.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인도양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22일(현지 시각)부터 코로나 치료를 위한 약초제인 ‘CVO(COVID-Organics)’를 코로나 피해가 큰 지역에 나눠주기로 했다. 이 약초제는 말라리아에 효능이 있는 개똥쑥 등이 들어간 것으로서 작년 4월 마다가스카르 정부가 전역에 6개월간 무료로 배포한 바 있다. 지난달 2500명 가까운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며 확산세가 커지자 다시 공급하는 것이다.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지난 20일 TV연설에서 “백신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 전혀 없다. 접종을 하기엔 너무 많은 부작용이 있다”며 이 약초제를 적극 장려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CVO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기니·탄자니아·니제르 등 인근 아프리카 국가로 수출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 역시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 백신 효능을 부정하고 있다. 존 마구풀리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신은 위험하다. 탄자니아인들이 접종의 실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백신 수급을 거부했다.
대신 탄자니아 정부는 약재를 달여 만든 증기 흡입 방식의 코로나 예방 요법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마다가스카르가 개발한 CVO를 들여오기도 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작년 5월 코로나 확진자·사망자 공식 집계를 중단하고, 그 다음달엔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사망한 마구풀리 대통령의 사인(死因)이 코로나 감염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백신보다 전통 의학을 선호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인터넷 언론 쿼츠에 따르면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는 지난달 중국으로부터 시노팜 백신 20만회분 지원을 받고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나, 현지 주민들이 여전히 백신보다 전통 의학을 고집하고 있다. 에머슨 음낭가과 대통령은 지난달 말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이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할 때가 올 수 있다”며 경고했으나 주민들에게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쿼츠는 전했다. 앞서 작년 4월 짐바브웨 정부는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전통 의학에 의한 코로나 치료 행위를 허가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외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카메룬에서는 코로나 예방·치료를 위해 전통 치료사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BBC에 따르면 현재 아프리카는 전체 55개국 중 15개국가량이 백신을 아직까지 1회분도 확보하지 못했다. 백신 분배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백신 공급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인구 대비 턱없이 모자른 양이다. 백신이 있어도 각 지방까지 백신을 접종할 의료 시설·인력도 부족하다. 이에 전통 의학에 의존도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WHO는 작년 3월 무렵 코로나 관련 지침에서 “전통 약초제를 복용하지 말 것” 조항을 빼버렸다. 중국이 시도하는 전통 한약을 이용한 코로나 관련 연구를 배려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한약을 이용한 3가지 종류의 코로나 치료제의 판매 허가를 내렸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