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철권 통치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4)의 여섯 번째 아내였던 요르단 공주인 하야 공주(47)가 21일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재판에서 모두 5억54000만 파운드(8755억원)의 위자료를 받아냈다.
비록 남편이 세계 최대 부호 중 한 명이지만, 결혼 파탄의 한 원인이 하야 공주가 자신의 영국 군인 출신 경호원과 저지른 불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위자료는 하야가 애초 요구한 14억 파운드(약 2조2127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하야와 변호사들은 이 액수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하야와 두 아이가 얼마나 ‘풍요롭게’ 살아왔는지를 자세하게 법정에서 공개했다. 영국 법원의 규칙에 따라, 이혼 소송 양측의 증언 내용은 그동안 영국 언론에 보도될 수 없었다.
◇”내 보석만 늘어놓아도, 이 법정 가득 차”
하야는 자신의 두바이 왕실에 있는 보석 방에 있는 2000만 파운드(약 316억원) 어치의 보석들만 늘어놓아도 “이 법정이 가득 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맞춤 제작해 준 의상들만도 6300만 파운드(약1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재 14세, 9세가 된 두 아이와 함께 주문 제작한 보잉 747 여객기와 3억 파운드(약4741억원)짜리 수퍼요트로 여행할 때면 늘 80명의 시종이 따랐다. 모두 15채의 해외 저택과 수많은 자가용 비행기를 사용했다.
◇4인 가족의 여름 한 철 딸기 값만 31억원
남편과 자신, 두 아이는 여름 한 철에 먹은 딸기 값으로만 200만 파운드(31억원)을 썼다. 하야는 두바이에서 연간 ‘살림’ 비용으로 9200만 파운드(1455억원)을 받았다. 올림픽 승마 선수 출신인 하야 공주는 남편이 영국에 소유한 경마장에 있는 경주마 400필에 대해 소유권을 갖고 있었다.
◇불륜 폭로 막으려고, 열 살짜리 딸 통장서 90억 원 빌려
하지만 이 지상 최고의 사치는 하야가 2016년 자신에게 배속된 경호원 러셀 플라워즈(38)와 불륜에 빠지면서 순식간에 ‘공포’로 변했다. 영국군인 출신인 플라워즈는 하야 공주의 잦은 해외여행을 늘 수행했다. 하지만 플라워즈와, 둘의 2년간 불륜 사실을 알게 된 경호팀원들은 나중에 모두 협박꾼으로 변했다. 하야는 이들의 입을 막기 위해 당시 열 살 된 딸의 신탁통장에서 700만 파운드(90억 원)를 ‘차용’했다고 한다. 하야는 “너무 두려웠고, 당시 그 통장에 그 돈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 알-막툼은 결국 이 사실을 알았다. 하야는 “언제라도 왕궁에 헬기가 착륙해 감옥에 처넣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자고난 뒤 침대 옆에 장전된 권총이 놓인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2019년 하야는 15년의 결혼 생활과 모든 부(富)를 뒤로 하고, 목숨을 건지기 위해 두 아이와 함께 영국으로 도주했다.
◇영국에서도 1억 파운드짜리 최고 저택서 살아
영국으로 도주한 뒤의 삶이 결코 가난했던 것은 아니다. 런던의 최고 부촌인 켄싱턴에 위치한 1억 파운드(약1582억원)짜리 저택에서 살며, 지방에도 저택을 보유했다. 그러나 “남편의 놀랄만한 선물들에 익숙해진” 하야 공주에게는 삶이 녹록지 않았다. 공주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경주마들과 보석류, 자동차들, 금을 팔았다. 벽에 걸린 그림들도 팔 생각을 했지만, 아이들이 “벽에 금간 것들을 보게 될까봐” 포기했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하야는 소송에서 두바이 왕실에 두고 온 보석들과 의상들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고작’ 3000만원 어치의 의상 장신구만 돌려받았다.
◇판사 “최대한 합리적 액수에 도달하려고 애썼다”
재판을 맡은 영국고등법원의 가정 담당 무어 판사는 “이 부부가 살아온 삶의 수준은 전례가 없는, 진정으로 사치가 넘치는 삶”이라면서도 “결혼 기간 아이들이 즐겼던 막대한 부와 놀라운 생활수준을 고려할 때에,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어 판사는 하야 변호인이 요청한 아홉 살짜리 아들 자예드가 살 고급 자동차 3대 비용은 거부했다. 판사는 “이 나이 또래의 아이가 자동차를 보유하는 것은 너무 인위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예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동차는 이미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8700억원이 넘는 위자료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은 하야와 두 아이를 전(前) 남편 알-막툼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들어간다. 판사는 “하야 왕비와 아이들이 직면한 최대의 위협은 외부의 다른 어느것보다도 전(前)남편으로부터 온다”며 위자료에서 경호비용으로 매년 1100만 파운드(174억원)를 할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