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퍼카를 타고 있는 탈레반 추정 남성들. /Hamid Shaliz 트위터

미군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자축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17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놀이공원에서 소총을 메고 놀이기구를 탔다.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지만 영상이 촬영된 정확한 시기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탈레반의 폭정과 탄압을 두려워하는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카불을 빠져나가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가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라고 했다.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탈레반 추정 남성들. /Hamid Shaliz 트위터

미 국방전문매체 디펜스원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 공군 수송기 C-17에 아프간 시민들이 빽빽히 쭈그리고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수송기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출발해 카타르로 비행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비행기에 탑승한 아프간 시민만 640여명이라고 한다. 디펜스원은 C-17기가 운항한 30여년 중 가장 많은 인원을 태웠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디펜스원에 따르면 애초 미군은 수송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태울 계획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송기 문이 반쯤 열리자 그 사이로 시민들이 비집고 들어왔고, 미군은 이들을 내쫓는 대신 모두 태워가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까지 장악하고, 대통령이 도망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패닉에 빠진 시민들이 무작정 공항으로 몰려든 것이다.

한 아프간 소녀는 “우리는 이제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이란에서 언론인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마시 알리네자드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아프간을 통치한 당시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엄격하게 적용해 국민이 음악·TV 등을 즐기는 걸 금지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외출·교육 등에도 제약을 가했다. 남성이 특정 여성을 ‘간통했다’고 지목하기만 하면 돌로 때려죽이게 하는 끔찍한 사형제도까지 도입했다. 영상에 등장한 소녀는 이런 점을 들어 탈레반이 재집권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움을 요청한 아프간 소녀. /마시 알리네자드 트위터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녀는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우리는 역사 속에서 천천히 죽어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탈레반 측은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 여성 인권이 제약되고 비인도적인 처우를 받을 것이라는 아프간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