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76) 필리핀 대통령이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상원의원에 출마한다. 부통령직을 두고 딸 사라 두테르테(43) 다바오 시장과의 맞대결은 피했다.

로이터통신은 15일(현지시각)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내년 상원의원 선거 후보로 등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 후보 마감일이었던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은 상원의원 선거 후보로 등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정계를 떠나겠다고 발표했지만, 후보 교체 최종 마감일 전에 이 같은 발언을 철회하고 부통령직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이 줄곧 1위였던 사라 시장이 돌연 부통령 후보에 출마했다. 이에 부통령직을 두고 두테르테 부녀가 격돌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 부녀는 서로 사랑한다”며 “이들은 부통령직은 물론 어떤 자리를 두고도 대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외신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딸과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정계에 남게 된 두테르테 대통령이 정치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를 막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이 과정에서 6000여 명이 숨지자 ICC가 정식 수사에 나섰다. 이에 반발한 필리핀은 2019년 관련 조약에서 탈퇴했고 현재 ICC 수사관들의 국내 입국도 막고 있다.

한편 두테르테 부녀가 각각 부통령과 상원의원에 후보 등록하면서, 대선 주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1965~1986년 필리핀을 통치했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아들이다. 또한 13일 사라 시장을 ‘러닝 메이트’로 지명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부친과 사라 시장의 지지율을 등에 업은 마르코스 주니어를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