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으로 트럭 한대가 돌진해 출입문을 부쉈다. 이후 트럭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해야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각) 아일랜드 RTE뉴스, 아이리시타임즈 등에 따르면 데스몬드 위즐리(49)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대형 트럭을 운전해 더블린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의 정문을 들이받아 출입문을 부쉈다. 차에서 내린 그는 전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한 우크라이나 일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며 대사관에 항의했다.
위즐리는 “어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러시아 대사와 관계자가 아일랜드를 떠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편하게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나는 이제 곧 체포되겠지만, 오늘 내가 할 일을 해서 기쁘다”고 했다.
현지 경찰은 위험한 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위즐리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그 역시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처벌 수위에 관해서 밝히지 않았다.
위즐리가 대사관 출입문을 부수는 영상은 소셜미디어에 공유돼 조회수 29만회를 넘겼다. 영상을 보면 위즐리의 트럭은 주저 없이 후진해 대사관의 출입문을 박살 냈고, 주위에서는 환호성이 들렸다.
러시아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아일랜드 정부가 제대로 대사관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 이는 비엔나 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엔나 협약은 면책특권 등 외교관들의 활동을 규정한다. 이어 위즐리에 대해 “제정신인 사람은 그런 무분별하고 야만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리시타임즈는 이 대사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매일같이 시위대의 항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대사관 벽에 빨간색 페인트를 칠하며 “나치”, “당신의 손에 피가 묻었다”는 문구를 남겼다. 이날도 위즐리가 출입문을 부수기 직전까지 시위대는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이 건물을 떠나지 못하도록 도로에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