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탕! 탕!” 지난 2017년 8월 15일 오하이오주 리버사이드의 한 주차장. 세 아이들을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하던 중년 남성 A을 향해서 여러 발의 총탄이 발사됐다. 총알 세례를 피할 새도 없이 A는 미성년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고꾸러졌고, 피투성이가 된 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FBI 홈페이지. (사진은 해당 뉴스와 관련이 없음)

그는 당시 전처 B와 자녀들의 양육권을 다투고 있었고, 아이들과 상담사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어린 자녀들 앞에서 아빠를 살해한 끔찍한 살인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지역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살인 용의자는 B의 남자친구인 C였다. B 역시 전남편 살해를 공모한 혐의로 붙잡혔다. 뿐만 아니라 B의 친모와 의붓아버지, 그리고 C의 형제들까지 이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사건에 미 전역의 관심이 집중됐다. 연인·가족 등 혈연으로 얽힌 이들이 역시 한 때 부부의 연을 맺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던 옛 배우자를 살해한 전례없는 치정극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8월 한 남성이 세 아이 앞에서 총격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이 출동한 모습. /WHIO 방송 홈페이지

총격에 절명한 A는 이미 극심한 살해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목숨을 잃기 며칠 전 그는 한 차례 C의 공격을 받았다. C의 고객인 것처럼 가장해 A를 꾀어냈고, 오하이오주 제임스타운에서 약속을 잡았다. 총기를 소지하고 현장에 나간 C는 A를 공격했고, A는 황급히 달아나며 911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인근 보안관 사무실로 대피하며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살인미수범이 된 C는 황급히 테네시주의 친척집으로 몸을 숨겼다.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다시 오하이오로 데려온 것은 연인 B였다. B는 C를 데리고 오하이오로 돌아오는 길에 켄터키주의 총기점에 들러서 AK-47 소총을 사서 연인의 손에 쥐어주기까지 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리고 며칠 뒤 아이들 양육권을 다투던 B의 전남편 A는 현 남친 C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건을 보도한 WHIO 뉴스의 화면. /WHIO 홈페이지

스스럼없이 살해를 모의하고 실행할 정도로 B와 C 커플의 행각은 잔혹하고 거침없는 모습이었다. 대공황기 시절 흉악범죄를 연쇄적으로 저지르는 커플로 악명을 떨쳐 1960년대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주인공으로 알려졌던 보니와 클라이드의 행각을 연상케할 정도다. 이 범죄자 커플은 그러나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C는 지난 23일 오하이오주 남부 연방법원에서 열린 배심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법정에서 C의 변호인은 “B는 전남편을 청부살해해 제거하려고 했지만 C는 거기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C는 아이들 앞에서 A를 향해 최소 열 두 번 방아쇠를 당겼다”고 주장하며 범행의 잔혹성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결국 배심원들은 C를 살인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를 감안할 때 종신형이 유력하다.

유죄 평결이 나온 사건 배심원 심리 소식을 전한 현지 WHIO 뉴스 화면 /WHIO 홈페이지

그의 연인 B는 지난해 이미 징역 35년형이 선고됐다. 이 형이 확정될 경우 두 사람이 이번 생에서 함께 살아갈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최소 35년이 지난 뒤에야 만기 출소한 B가 C의 면회를 보러올수 있을 것이다. B의 친모와 의붓아버지, C의 형제들도 모두 A에 대한 괴롭힘과 살해 모의 등에 관여한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사랑에 눈이 멀어 흉악범죄를 저지른 커플에겐 어쩌면 이 격리가 더욱 가혹한 판결일지 모른다. 다만, 법정에서 C의 변호인이 범행 연관성을 부인한 것은 어쩌면 결별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