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펭귄만 사는 남극 인근 외딴 섬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기본 관세 10%를 부과하자 온라인에선 이를 풍자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5일 “트럼프의 관세 정책 이후 주가는 급락했지만 밈 주가는 상승했다”며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여러 이미지들을 소개했다.
엑스(X)의 한 네티즌은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백악관의 집무실에서 펭귄 한 마리를 앉혀놓고 손사래를 치는 사진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펭귄은 정장을 입었는데,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대한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아마도 고맙다고 하지 않아서?”라고 적었다.
이 밈은 지난 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방문 때 겪은 상황을 빗댄 것이다. 당시 밴스 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모른다고 공격하고, 보수 성향 온라인 미디어 기자가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 정장이 있긴 한가”라고 비아냥대듯이 물어 논란이 일었다.
펭귄들이 ‘관세 반대’(NO TARIFFS)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이나, 트럼프가 “관세를 내라”고 소리치자 펭귄이 “우리는 사업을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맞받아치는 이미지도 올라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등극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밈도 올라왔다. 펭귄이 갈매기들에게 테슬라 자동차에 배설물을 투하하라고 가르치는 듯한 그림이나 테슬라 차량에 불을 지르는 그림이 공유되고 있다.
소셜미디어 스레드에선 ‘펭귄 어게인스트 트럼프’라는 계정이 구독자 7만5000명을 모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계정은 특히 “너희가 우리를 추방할 수 있겠어? 우리는 수세기 동안 얼음(ICE)을 견뎌왔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얼음(ice)을 언어유희로 엮은 말장난으로 트럼프 행정부를 조롱한 것이다.
이외에도 계정은 ‘오늘의 미국 시장’이라는 글과 함께 펭귄이 높은 얼음 절벽 위에서 뛰어 내려 고속으로 수직 낙하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관세 정책으로 미국 주식 시장이 급락한 점을 풍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남극 인근의 호주령 ‘허드 맥도널드 제도’를 10% 기본 상호 관세 목록에 올렸다. 이 섬은 호주 서부 해안 도시 퍼스에서 남서쪽으로 3200㎞나 떨어져 있어 배를 타고 2주를 가야 닿을 수 있다. 사람도 살지 않고 주로 펭귄이 서식하는 척박한 곳이다.
영국 가디언은 세계은행 자료를 인용해 “미국은 이 섬에서 2022년 140만달러(약 20억원)어치의 기계 및 전자제품을 수입한 것으로 돼 있는데, 정확히 어떤 품목을 수입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