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셜미디어에서 ‘우편투표 30만표가 사라졌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대선 패배가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의 신뢰성을 공격하며 각 주에 소송전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지지자들 역시 “부정선거의 증거가 나왔다”며 공분하고 있다. 이들 주장의 출처는 무려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매체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5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미국 연방우체국은 쏟아지는 우편 투표 물량을 처리하던 중 약 30만개의 우편 투표를 ‘스캔(전산화 작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미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우편투표 중 30만장이 어디서 온 것인지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은 맞지만, 투표지를 분실했다는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우편 투표의 처리 과정은 이렇다. 투표지가 든 투표 봉투가 지역 우체국에 들어오면, 우체국은 투표 봉투를 ‘스캔’해 정보를 전산에 입력하고, 투표 봉투를 한 곳에 정리한 후,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낸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우편 투표를 한 이들이 너무 많았다. 미국 전역에서 약 6000만명이 우편 투표를 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우편 물량이 쏟아지자 일부 우체국에서 ‘투표 봉투를 스캔’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직원들이 레일에 붙어서 직접 손으로 우편물 사이에서 투표 봉투를 골라내 정리하는 분류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이미 선관위가 봉투를 뜯어 개표를 마친 상황에서, 스캔 작업을 놓친 투표 봉투의 출처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투표지는 위조 불가능한 특수 용지를 사용하고, 유권자 본인과 증인 서명까지 받아 명부와 대조하는 미국 우편투표 절차상 위조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연방우체국의 설명이다.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트럼프 진영에서는 NYT와 WP의 기사를 출처로 삼고 있지만, 두 매체 역시 “30만개 투표 봉투가 추적 불가능한 상태”라고만 보도했을 뿐이다. 그러나 트위터에서는 ’30만개 투표지가 분실됐다'거나 ‘미국 연방우체국이 30만표를 숨겨놓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연방우체국이 원칙적으로 우편물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방우체국으로선 억울한 점이 있다. 현재 연방우체국은 ‘우편 투표의 처리가 너무 늦다’며 시민단체들로부터 민사 소송을 당한 상태다. 데이비드 파튼하이머 USPS 대변인은 법정에서 30만개 투표 봉투에 대해 “우리는 투표 용지를 신속히 배달하기 위해 특별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콜롬비아주 지방법원 판사는 15개주의 우편물 처리시설 12곳을 확인해 남아있는 우편투표가 없는지 확인하라고 연방우체국에 지시를 내렸다. 또한 “미국 유권자들을 위해 이 같은 (우편분류)시스템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