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애용하는 브랜드에서 제조한 펜으로 투표를 했더니 잉크가 번져 무효처리가 됐다는 주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급기야 민주당까지 관여하는 법정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5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애리조나 주민 로리 아길레라가 마리코파 카운티 당국을 상대로 투표를 다시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개편법안에 특유의 필체로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길레라는 “이번 대선 투표에서 카운티 당국에서 발급해준 샤피사의 펜으로 기표를 했는데, 잉크가 뒷면으로 번졌으며, 기표용지 교체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해 투표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아길레라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이웃 주민들을 찾아 소송에 동참하겠다고 밝히자, 이번에는 네바다주 민주당에서 견제에 나섰다. 민주당 측은 “한 사람의 유권자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시작된 소송으로 인해 개표 과정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번 소송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펜을 만든 샤피는 ‘트럼프 펜’으로 유명한 회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사의 사인펜만을 고집한다. 트럼프가 사용하는 샤피 사인펜 촉 끝부분 두께는 1㎜ 정도다. 일반 볼펜 촉보다 2~3배 굵다. 게다가 샤피 사인펜의 촉은 탄성이 있어 글을 쓸 때 옆으로 조금 눌려지기 때문에 글씨가 더 굵게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현란한 사인 글씨체가 바로 이 샤피펜으로 쓴 것이다. 트럼프는 2017년 취임뒤 전직 대통령이 대대로 써오던 ‘AT 크로스’사의 볼펜 대신 샤피 펜의 사용을 고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이벤트때마다 어김없이 샤피 펜으로 서명했다.

이번에 소송의 대상이 된 펜이 트럼프 대통령이 쓴 펜과 완전히 동일한 제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애용 브랜드인 샤피사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샤피펜으로 기표하면 계수기가 인식하지 못한다”, “트럼프 지지표를 무효화하기 위해 선거관리 직원들이 사피펜을 나눠주고 있다” 등의 각종 괴소문으로 번지고 있다.

선거관리 담당자들이 “샤피 펜으로 투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잉크가 뒷면으로 번지더라도 다른 후보에게 기표한 것처럼 잘못 인식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를 둘러싼 소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