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州) 사막에 갑자기 설치돼 화제가 됐던 금속 삼각기둥, 이른바 ‘유타 모노리스’(Monolith)를 정체불명의 남성 4명이 뽑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18일 발견된 뒤 ‘외계인 설치설’까지 제기돼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던 이 삼각기둥은 9일 만인 지난 27일 밤사이 갑자기 사라져 또 다른 의문을 낳았다.
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콜로라도 에드워즈에 사는 사진작가 로스 버나즈(34)는 지난달 27일 친구들과 함께 금속기둥을 촬영하러 갔다가 의문의 남성들이 기둥을 철거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버나즈 일행은 오후 7시쯤부터 삼각기둥을 찍기 시작했고, 마지막 남은 드론 촬영을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인 오후 8시 40분 남성들이 도착했다고 한다. 목격담에 따르면 남성들은 2인 1조로 나눠 기둥을 힘껏 밀쳐 기울인 뒤 땅에서 뽑아냈고, 기둥을 조각 내 손수레에 싣고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버나즈는 NYT 인터뷰에서 그들은 금속기둥을 마치 사막의 흉물이나 오염원처럼 대하면서 “이것이 사막에 쓰레기를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그들이 기둥을 가지고 떠날 때 한 명이 “흔적을 남기지 말라”(Leave no trace)고 했다고 한다.
버나즈와 동행한 마이클 제임스 뉴랜즈(38)는 “그들이 기둥을 넘어뜨려 빼내는 데 기껏해야 10~15분 정도 걸렸다”며 “그들은 마치 임무를 받고 온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모노리스를 해체해 가져간 이 남성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NYT는 이 남성들이 당초 유타 모노리스를 설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버나즈 일행은 이 남성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직접 마주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신 휴대전화로 몰래 철거 장면을 촬영했다. 버나즈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사진에는 남성들이 장갑을 끼고 마스크는 쓰지 않은 채 작업하는 모습이 담겼다. 넘어진 금속 기둥 속이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8일 유타주 야생동물 관리부서가 일대에 서식 중인 큰뿔양 개체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금속 삼각기둥을 발견했다. 금속 기둥은 외견상 금속 재질로 만들어졌고, 높이는 12피트(약 3.6m)가량 됐다.
이 삼각기둥엔 ‘유타 모노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삼각기둥이 1968년 개봉한 SF영화 스탠리 큐브릭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외계인이 설치한 모노리스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이 모노리스를 외계인이 설치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일각에선 기둥의 모양이 2011년 사망한 조각가 존 매크레켄(John McCracken)의 작품 경향과 흡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매크레켄 갤러리 측은 앞서 NYT 인터뷰에서 “고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료 예술가의 작품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유타 주당국이 삼각기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안전 문제로 현장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공개된 사진을 보고 구글 어스 등을 동원해 삼각기둥이 설치된 곳을 알아낸 뒤 현장을 찾아 ‘인증샷’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 삼각기둥은 9일 만인 27일 밤사이 갑자기 사라졌다. 주 당국은 삼각기둥의 설치나 철거와 관련이 없으며 도난 가능성에 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누가 이 ‘유나 모노리스'를 설치했는지, 철거한 남성들이 누구인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