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것은 152년 만이다.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들은 취임식 날 워싱턴 DC 취임식장 주변에서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예고, 취임식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는 8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데, 난 20일 취임식에 가지 않을 것”이란 짧은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의회 폭력 사태로 비난을 받자 7일 “순탄한 정권 이양을 약속한다”고 한 지 18시간 만에 나온 발언이다. 그는 취임식 전날인 19일 사저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미 대통령들은 취임식 당일 오전 백악관에서 대통령 당선인과 티타임을 가지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함께 차를 타고 취임식장으로 가는 게 전통이다. 퍼스트레이디들도 이런 시간을 갖는다. 이런 전통이 모두 깨지는 셈이다. 바이든은 8일 “(트럼프 불참은) 잘된 일”이라며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무능한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했다. “그(트럼프)는 이 나라의 골칫거리였고 전 세계에서 미국을 부끄럽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1869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 소추에 가담한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취임식에 “그랜트가 건방지다”는 등의 이유로 불참한 이후 현직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것은 152년 만이다. 공교롭게 존슨도 트럼프처럼 의회의 탄핵 소추를 당했고 단임(單任)으로 끝난 대통령이었다.
트럼프가 빠진 취임식 자리에서 또다시 대선 불복 시위가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은 9일 극우 사이트에서 20일 즈음 워싱턴 DC에서 ’100만 민병대 행진'을 벌이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트럼프 아니면 전쟁을” “총 쏘는 법을 모르면 지금 배우라” 같은 폭력 선동 게시물이 계속 올라왔으며, 의회 난입 다음 날에도 “20일엔 트럼프가 두 번째 임기를 위해 취임한다. DC를 불태우자”는 게시물이 올라왔다고 한다.
현재 워싱턴 DC 당국은 취임식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당일 경비 병력에 무기 소지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바이든은 6일 시위대가 점거했던 의사당 계단에서 예정대로 취임식을 열고 ‘단합과 치유’를 강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