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감축 협상을 주도했던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101)이 별세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슐츠가 특별연구원을 맡았던 미국 싱크탱크 후버연구소에 따르면, 슐츠는 미 스탠퍼드대 캠퍼스 내에 있는 자택에서 6일 사망했다. 후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슐츠는 세계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든 사람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며 애도했다.
슐츠는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노동장관과 재무장관을 지낸 뒤, 레이건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6년 넘게 지냈다. 국무장관 재임 당시 슐츠는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체결할 때 협상을 주도했다. INF는 500∼5천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조약으로, 당시 냉전시기 미·소 양강의 군비 경쟁을 종식했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러시아가 INF를 준수하지 않는다면서 탈퇴를 선언해 이 조약은 깨졌다. 슐츠는 이듬해인 작년 3월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을 두고 “지금 우리는 세계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에서 빠져나오려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슐츠는 90대 나이에도 스탠퍼드대 후버 연구소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쿠바 경제 제재, 기후변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국제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많은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