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방역 장비·인공호흡기·병상 부족 등의 악조건에서도 24시간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나서 언론의 칭송을 받았던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이끄는 뉴욕주 보건부가 사실은 장기요양시설에서 코로나로 숨진 환자 수를 절반으로 축소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1월30일 뉴욕주 법무부가 이 같은 예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미 언론은 축소의 경위와 배후를 캐고 있다. 그런데 쿠오모 주지사의 동생으로, CNN 방송 앵커인 크리스 쿠오모는 자신의 뉴스 프로그램에서 단 한번도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아 “이해상충이 뉴스를 독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작년에 주지사 형인 앤드류는 동생 크리스의 ‘쿠오모 프라임 타임’ 뉴스프로그램에 10여 차례 출연해 뉴욕주 상황을 알렸다. 작년 6월 앵커 크리스는 “통상적으로는 형을 방송에 부르지 않았겠지만, 워낙 이례적인 상황이라 형을 불렀다”며 뉴욕주의 방역 성과를 놓고 “형이 이룬 성과와 방식에 놀랐다(I’m wowed)”라고 대놓고 칭찬했다. 5월에는 두 형제가 프로그램에서 “나와줘서 고맙다” “엄마가 나가라고 해서”, “말 끊어서 미안한데…””미안하면 끊지 말라”고 서로 주고 받아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6월 25일 크리스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객관적일 수만은 없지만, 형이 7일/24시간 일한 덕분에 뉴욕주의 코로나 상황이 미국의 다른 곳보다 낫다는 것은 사실이고 진실”이라며 “형이 자랑스럽다”고 쓰기도 했다. 동생 크리스도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뉴스프로그램은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특히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뉴욕주 소재 요양시설에서 작년에 숨진 코로나 사망자 수가 애초 뉴욕주 보건부가 발표한 8500명이 아니라 1만5000명에 달하고, 작년 3월25일 쿠오모 주지사의 행정명령으로 코로나에서 회복 중인 환자들을 병원에서 장기 요양시설로 강제 이송토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축소 경위뿐 아니라, 회복 중인 환자들을 굳이 요양시설로 보내 추가 감염 및 사망을 초래하지 않았는지가 언론의 관심이다. 뉴욕 주정부는 요양시설 말고는 회복 중인 환자들에게 병원급(級)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장소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대규모 전시관과 공간을 개조한 임시병원들이 설치되고 군 병원선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쿠오모 주지사는 5월10일에 가서야, 요양시설들에게 코로나 ‘비(非)감염’이 확인된 환자만 받으라고 지시했다.
CNN의 다른 뉴스프로그램 앵커들은 “수십 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쿠오모 주지사의 잘못된 결정으로 많은 희생이 초래됐을 수 있다. 쿠오모 주정부는 자료를 숨기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동생 크리스는 코로나 백신과 변종, 큐어논(트럼프 지지자들이 내세우는 ‘기득권 세력' 음모론), 의사당 난입, 탄핵 사건 등을 다루면서도 뉴욕주 요양시설의 사망자 축소 사태에 대해선 발언조차 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주지사 형이 뜰 때에는 지나치게 칭찬했다가 가라앉을 때에는 침묵하는 이런 비대칭적 취재는 CNN이 비난해왔던 폭스뉴스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보도 태도와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