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재임 중 업무와 무관한 개인 용무에 정부 예산을 쓰고 국무부 직원을 동원했다는 감찰 결과가 나와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트럼프 정부 시절 2018년 4월부터 2년 6개월간 국무장관으로 재임했으며, 최근 차기 공화당 대선 경선 출마 준비에 돌입한 유력 대권 주자 중 한 명이다.
더힐과 폴리티코 등은 ‘폼페이오 전 장관 부부가 국무부 직원들에게 100차례 이상 개인적인 일을 시켜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국무부의 26쪽짜리 감찰 보고서를 입수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폼페이오의 아내는 직원에게 반려견을 산책시키거나, 위탁소에 맡겼다 데려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일부 직원은 이 부부가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대신 쓰기 위해 주말에 나와 일해야 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오게 하거나 이 가족의 식당과 미용실, 극장 티켓을 예약하는 일, 아픈 친구를 위해 꽃을 구입하는 일, 청사로 배달된 개인 용품을 대신 받아 관사로 가져오라는 일도 시켰다. 당시 국무 차관이 폼페이오의 아들이 호텔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 사례도 보고서에 담겼다.
이번 조사는 2019년 내부 고발로 시작돼 지난해 8월 마무리됐으나, 폼페이오 전 장관이 12월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는 바람에 보고서 작성이 늦어졌다. 그러던 중 작년 5월에 국무부 감찰관이 갑자기 경질되기도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성명을 내 “이 보고서는 정치적 동기가 있고 사실관계의 오류로 가득 차 있다”며 “나와 아내는 세금을 남용하거나 규칙과 윤리 기준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