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각) 가뭄으로 캘리포니아 오로빌 호수의 저수량이 평소의 42%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하우스 보트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정박해 있다. /AFP 연합뉴스

“집에서 세차하지 말고, 잔디엔 일주일에 한번만 물 주세요.”

미국 서부 지역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미 캘리포니아에 비상에 걸렸다. 28일(현지시각) 미국 더머큐리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엔 2년째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계절적 가뭄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최근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열대 지방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나며 가뭄 기간을 길게 만들고 있다.

실리콘밸리엔 4월 한 달간 비가 한번도 내리지 않았고, 캘리포니아 오로빌 호수는 가뭄으로 저수량이 평소의 42%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각)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북캘리포니아 멘도시노와 소노마 등 2개 카운티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기온이 점차 높아지는 여름을 맞아 캘리포니아 북쪽 지역의 가뭄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LA타임스는 지난 26일(현지시각) “가뭄의 계절이 캘리포니아에 다시 돌아오면서 캘리포니아 와인의 80%를 생산하는 산 호아킨 밸리의 분위기가 점차 암울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자 각 도시들은 물 절약에 속속 나서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 남부와 중부 지역에서는 다음달부터 자택 내 세차가 금지되고, 조경용 잔디에 물을 주는 횟수가 제한된다. 자택 내 수영장과 조경용 분수에 물을 채우는 행위도 금지된다. 3차례 이상 위반할 경우 최대 25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4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클라리타에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비아 파티나에서 산불과 싸우기 위해 준비하고있다./AP 연합뉴스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 물을 공급하는 업체 ‘산타클라라 밸리 워터 디스트릭트’는 집 소유주가 집 앞 잔디를 가뭄에도 견딜 수 있는 조경으로 바꿀 때 지원하는 금액을 기존 최대 2000달러에서 3000달러로 높이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수도사업소인 EBMUD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1단계 물저장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최대 10%까지의 자발적 물절약을 권고했다.

극심한 가뭄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길고 건조한 여름을 거치며 대형 산불이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한해도 가물었던 캘리포니아에서는 작년 가을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역대 최대인 1만6187㎡ 면적을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