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버지니아 경찰청의 타일러 프리들리가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에서 자신의 마약탐지견 아리스와 함께 일하고 있다. 버지니아는 7월 1일부로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하면서 마리화나를 적발할 수 있는 마약탐지견들을 조기 은퇴시켰다. /AP 연합뉴스

워싱턴DC 경찰청이 마리화나를 찾아낼 수 있는 마약탐지견들을 서서히 은퇴시킬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워싱턴DC가 지난 2015년 2온스(약 57g) 이하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는 합법화한 데 따른 조치다. 워싱턴과 인접한 버지니아주도 지난 1일부로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서 마리화나를 찾아낼 수 있는 마약탐지견 13마리를 조기 은퇴시키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미시건, 매사추세츠처럼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다른 주들도 마찬가지다.

조기 은퇴 대상인 마약탐지견들은 마리화나 외에 코카인, 헤로인, 메스암페타민(히로뽕), 엑스터시 등 다양한 마약을 탐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마리화나 탐지 교육을 받은 마약탐지견들을 조기 은퇴시키는 것은 법적 절차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쟁이 있기 때문이다. 마약탐지견은 여러 종류 마약의 다른 냄새를 구분할 수 있지만, 무슨 마약 냄새를 맡았는지는 경찰에 알릴 수 없다. 그저 ‘문제가 되는 물질이 여기 있다'고 곁에 앉거나 엎드리는 등 미리 정해진 행동을 통해 알릴 뿐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워싱턴DC의 경찰감찰국은 마리화나를 탐지할 수 있도록 교육 받은 마약탐지견들이 계속 활동하고 있는 데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마약탐지견이 이미 합법화된 소량의 마리화나 냄새에 반응해서 담당 경찰에게 ‘마약이 있다'는 표시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경찰이 이를 근거로 해당 인물이나 장소를 수색하게 될 경우 법적 정당성이 부족한 수색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2년 마리화나 사용을 완전 합법화한 콜로라도주에서는 이 문제가 법적 쟁점이 된 적 있다고 한다. ‘킬로’란 마약탐지견이 한 남성의 차에 마약이 있다고 알렸고, 실제 그 남성의 차에서는 메스암페타민(히로뽕) 잔여물이 발견됐다. 그런데 ‘킬로’가 마리화나도 탐지해 내는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킬로가 어떤 차에 마약이 있다고 알렸을 때 합법화된 마리화나 냄새를 맡은 것인지, 불법인 메스암페타민 냄새를 맡은 것인지 경찰은 확인할 수 없다. 합법화된 마리화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도 경찰이 수색을 하면 “개인이 합법적 행동을 할 때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고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메스암페타민 소지 혐의를 받던 남성에 대한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워싱턴DC도 이런 다른 주의 사례를 참고해서 마약탐지견들의 은퇴를 고려하게 됐다고 한다. 더스틴 스턴백 DC경찰청 대변인은 “경찰은 마리화나 냄새를 찾아내도록 훈련된 탐지견들을 단계별로 은퇴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DC의 경우 2온스 이상의 마리화나 소지는 여전히 불법이지만 탐지견들이 마리화나의 ‘양'이 아니라 ‘냄새'를 기준으로 적발하기 때문에 법적 정당성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마약탐지견들의 은퇴를 결정한 버지니아주의 셸비 크라우치 경찰청 대변인은 “탐지견들이 한 번 어떤 물질을 찾아내도록 훈련 받고 나면 그 물질이 합법화됐다고 해서 그 냄새를 잊어버리도록 훈련시킬 수는 없다”며 “은퇴한 탐지견들은 함께 일하던 담당관들이 입양하고 새로운 개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했다. 마리화나를 뺀 다른 마약 냄새만 찾아내도록 새로운 개들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탐지견 한 마리를 훈련시키는 데는 보통 1만5000달러(약 1700만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