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코로나 백신 부족 문제가 심각하지만, 미국·독일 등의 백신 부국(富國)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이 대량 폐기되고 있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Die Welt)는 9일(현지 시각) 독일에서 최근 코로나 백신 6만회분이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됐다고 보도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초기에 하루 130회만분 이상이었던 접종 속도가 하루 10만회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독일 전체 인구의 54.9%가 백신 접종을 마쳤고 62.6%가 1회 백신을 맞았다. 아까운 백신을 폐기하지 말고 제3국에 줘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독일 정부는 16주(州) 정부로부터 유통기한이 2개월 이상 남은 잔여분 백신을 수거하고 있다.
앞서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미국 내의 10주(州)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작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약 100만회분이 폐기됐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은 백신 맞을 사람을 찾지 못해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된 것이다. 미국은 이처럼 넘치는 백신을 처분하기 위해 지난 5~6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400만회분 이상을 줬던 멕시코에 모더나 백신도 보내줄 예정이다.
전체 인구의 70%가 백신 접종을 마친 싱가포르는 예약제를 폐지했다. 싱가포르 보건부는 9일 “10일부터 12세 이상 국민과 장기 체류 비자 소지자 중 1차 접종을 받지 않은 이들은 예약 없이 26개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