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핵개발 속도가 더욱 빨라져 2030년까지 최소 1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미 국방부가 예측했다. 현재 중국은 약 250기의 실전 배치 가능한 핵탄두를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10년도 채 되지 않아 4배 이상의 핵탄두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또 중국이 자국의 핵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SSBN)을 보호하기 위해 남중국해와 함께 발해만을 요새화하려고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이 발해만 인근 공해상에서 타국 잠수함 등을 배제하기 위한 작전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면 서해를 지키는 한국군의 방어 태세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극초음속 미사일 둥펑- 17 - 2019년 10월 1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중국이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DF(둥펑)-17을 실은 군용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DF-17은 핵무기를 탑재, 마하 10 속도로 비행한다. /AP 연합뉴스

미 국방부는 3일(현지 시각) 공개한 ‘중화인민공화국과 관련된 군사 및 안보 전개’ 보고서에서 “가속화된 핵 증강 속도로 중국은 2027년까지 700기에 달하는 핵탄두를 갖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2030년까지 최소 1000기의 핵탄두를 가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2020년 예상했던 속도와 규모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군사력에 관한 보고서를 매년 미 의회에 제출해왔다. 작년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현재의 200여 기 수준에서 최소 2배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중국이 2030년이 돼야 약 400~500기의 핵탄두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는데, 1년 만에 예상 증가 분을 두 배로 늘릴 정도로 상황이 긴박하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 대해 미 국방부는 중국인민해방군이 육해공 어디에서나 핵 공격이 가능한 기초적 ‘핵 3축’을 이미 완성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핵 전력 증강을 위해 고속증식로와 재처리 시설을 추가 건설해서 플루토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봤다. 또 중국이 최소한 3곳의 기지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지하 격납고 건설을 시작, 이를 합치면 수백 기의 ICBM을 격납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중국이 다탄두 핵미사일(MIRV)을 실전 배치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핵탄두 생산을 크게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중국이 적국의 ICBM 발사가 탐지된 즉시 핵 공격에 나서는 ‘LOW’ 태세를 갖추려고 하는 것 같다고 공식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이 표방하는 ‘핵 선제 불사용’ 정책의 전제 조건이 모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또 중국이 자국 연해(沿海)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되면, 이를 탑재한 SSBN을 보호하기 위해 이 지역을 엄호하는 요새작전(bastion operation)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남중국해와 발해만이 중국이 이런 개념을 적용할 때 선호할 만한 곳”이라고도 했다.

중국이 기존에 보유한 사거리 8000㎞ 정도의 SLBM 쥐랑(巨浪)-2로 미 본토를 공격하려면 이를 실은 원잠이 하와이 북동부까지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이 사거리가 더 긴 SLBM인 쥐랑-3 미사일 등을 실전 배치하면 중국 연안에서 SL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자국 핵잠수함을 보호하기 위해 발해만과 남중국해 등을 엄중히 경계하며 다른 나라 핵잠수함 등을 적발하는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발해만에는 중국 핵잠수함을 건설하는 조선소가 있고 다롄 등에 중국 핵잠수함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인근의 발해만을 중국이 요새화하고 인근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의 활동을 통제하면 우리 해군의 서해 활동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미 국방부는 중국군이 건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 현대화를 이뤄 인공지능(AI) 등을 동원한 ‘지능화 작전'을 벌이는 목표를 달성할 경우 “대만 유사시 중국에 더 믿을 만한 군사적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대만 유사시'란 표현에 대해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만약의 경우 무력으로 통일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을 해왔다”며 중국군이 현대화에 성공하면 전면적인 수륙 양면 침공 또는 제한적인 봉쇄 작전, 공습이나 미사일 타격, 사이버 공격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된다고 했다. 중국이 2027년을 전후해 대만에 대한 ‘통일전쟁’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번 보고서에 예년에 없던 생·화학 무기 관련 사항도 언급했다. 중국이 생·화학적 독성 물질의 군사적 사용도 연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중국의 위협을 과거보다 더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