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움직임을 보여온 러시아가 자국이 마련한 ‘안보 조건’에 대한 긴급 협상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에어포스 타임스’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러시아 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시사했다.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일 화상회의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
에어포스 타임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슈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에서 고조되고 있는 긴장과 관련해 러시아가 미국 및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들과 협상하고 싶은 안보 조건에 대한 초안을 마련해 제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페슈코프 대변인은 또 러시아 측의 고위급 특사는 중립국에서 이 제안에 대한 협상을 하기 위해 즉각 떠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페슈코프 대변인은 연내에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내 대화가) 가능은 하지만 합의는 없다”고 말했다. 아직 양측이 정상 간 대화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란 뜻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지난 15일 자국이 원하는 조건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통화했다. 백악관은 “설리번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접경의 러시아 군비 증강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재강조하고 미국은 외교를 통해 안보와 전략 문제를 다루기 위해 계속해서 유럽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에 제시한 안보 조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그간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및 나토 가입 신청을 반려하고, 러시아 인근에 나토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식의 발언을 해왔다. 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안보 논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날 유럽의회 정상회의를 계기로 낸 공동성명에서 “유럽의회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완정을 완전히 지지한다고 다시 강조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추가적 공격도 그에 대응하는 막대한 결과와 심각한 비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U 국가들이 미국과 조율해 추가 경제 제재를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