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18일(현지 시각) 아이가 다니는 워싱턴DC 시내의 프리스쿨(유아원)에서 공지 이메일을 받았다. 1월 초 개학 전까지 모든 가족이 코로나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음성 확인서를 제출한 아이들만 다시 등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인근의 여러 유아 교육기관이 확진자 발생으로 휴원하게 돼 도입한 조치”라고 했다. 워싱턴시나 인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를 벗어나는 여행을 할 경우 등원 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기간을 정하기 위해 여행 계획을 미리 알려달라고도 했다.

지난 22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지역 언론 WAMU는 코로나 확진자 증가로 워싱턴 시내의 공립학교 최소 11곳이 크리스마스 전에 이미 휴교에 들어갔고, 시 당국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코로나 자가 진단 키트를 배부할 시간을 벌기 위해 내년 초 개학을 이틀 연기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인근에 사는 지인과의 약속 당일 아침에 “가족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아 당분간 만날 수 없다”는 취소 연락을 받았다. 크리스마스를 즐기기는커녕 불필요한 외출을 최대한 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2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직전 일주일간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일평균 21만4999명으로 집계됐다. 델타 변이가 최고점을 찍었던 8월 말~9월 초의 일평균 신규 확진자 16만명보다 5만명 이상 많은 숫자다. 미국에서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19일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크리스마스 당일 미국에서만 1300편 이상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면서, 연말연시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워싱턴DC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인구 69만명 정도의 시에서 크리스마스 주간 일평균 131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코로나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올 1월에도 일평균 200~300명 정도의 신규 확진자밖에 나오지 않았던 곳이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항공기를 타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받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도 있겠지만, 오미크론 변이 앞에서 완전히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그사이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입원자와 사망자는 크게 늘고 있지 않다는 것 정도가 유일한 위안 거리다.

코로나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실패 이후 4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최신 집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호감이 있다는 응답이 42.3%, 비호감이란 응답이 52.4%를 기록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0년간 ‘가장 일 못하는 대통령’에 꼽혔다. 이래저래 워싱턴의 겨울은 올해도 뒤숭숭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