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변호사로 2020년 대선 불복 운동을 이끌었던 루돌프 줄리아니(77) 전 뉴욕시장이 미국판 ‘복면가왕’ 쇼에 복면 가수로 출연, 심사위원 절반이 항의의 표시로 녹화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 연예매체 데드라인은 지난달 말 미국 폭스 방송사의 엔터테인먼트쇼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 시즌 7 녹화에서 줄리아니 전 시장이 ‘복면 가수’로 깜짝 출연했다고 전했다. 줄리아니가 어떤 복장으로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줄리아니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히자마자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심사위원 4명 중 가수 로빈 시케, 그리고 의사 출신의 한국계 배우 켄 정이 녹화장을 박차고 나가버린 것이다. 두 사람은 당혹감과 분노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심사위원 2명과 진행자만 줄리아니에게 출연 동기와 소감 등을 물으며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빈 시케와 켄 정은 줄리아니 촬영분이 끝난 후 녹화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마스크드 싱어’는 한국 MBC의 ‘복면가왕’ 포맷을 따간 프로그램으로, 가면과 함께 전신 분장으로 유명인들의 정체를 위장한 상태에서 그의 노래만 듣고 누구인지 알아맞히는 오락 프로그램이다. 오는 3월9일 시즌 7이 시작되며, 줄리아니 출연분도 내달 방송될 예정이다.
출연자 관련 보안이 생명인 이 프로그램 녹화 현장이 미리 유출된 것은 제작진 내부에서도 줄리아니를 비정치적이어야 할 가족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것은 문제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데드라인 등은 전했다.
줄리아니는 1990년대 범죄로 악명 높던 뉴욕시의 범죄율을 획기적으로 낮추어 경제와 문화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면서 ‘미국의 시장’으로 찬사를 받았으나, 현재는 법조계와 정계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자격으로 2019년 당시 조 바이든 후보 관련 수사를 압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내통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결과적으로 트럼프 2차 탄핵을 불러왔다.
줄리아니는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와 함께 ‘대선 부정선거론’을 이끌며 각 주의 재검표 등 불복 소송을 주도했으며,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을 선동한 혐의로 연방 수사당국과 연방의회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뉴욕주 변호사 면허도 정지됐다.
줄리아니는 또 한국계 여성 골퍼 미셀 위 웨스트를 두고 “퍼팅 할 때마다 팬티가 보였다”고 말해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