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태평양 섬나라인 솔로몬 제도에 29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하기로 했다고 12일(현지 시각) 미 국무부가 밝혔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중심지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는 솔로몬 제도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급속도로 넓혀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다. 미 정부는 전날 대중(對中) 견제에 초점을 맞춘 ‘인도·태평양 전략’ 문건을 공개한 데 이어, 같은 날 미·일·인도·호주 4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솔로몬 제도 인근 섬나라 피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사관 개설 방침을 밝힌 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참여와 투자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인구 약 70만명의 솔로몬 제도는 9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작은 섬나라다. 호주에서 북동쪽으로 약 2200㎞ 떨어진 외딴 곳에 있다. 미국은 1993년까지 이곳에 대사관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영사관만 두고 있다. 그런데 친(親)중국 성향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친대만 세력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미·중 양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솔로몬 제도 중앙정부가 36년간 맺어왔던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는 등 친중 성향을 이어가자, 이곳 주민들이 “중앙정부가 중국에서 뒷돈을 받는 것 아니냐”며 작년 11월 말부터 반정부 폭력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가 솔로몬 제도 정부에 경찰용 방탄복 등을 지원하며 시위에 개입한 이후 미·중 간 대리전 양상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초기 설치 비용 1240만 달러(약 150억원)를 들여 수도 호니아라에 대사관 부지를 임차할 계획이라고 의회에 보고한 상태다.
한편 백악관은 전날 공개한 19쪽 분량의 인도·태평양 전략 문건에서 “중국의 (주변국에 대한) 강압과 공격은 전 세계에 걸쳐 있지만,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극심하다”고 했다. 이어 “이 지역의 동맹과 파트너들은 중국의 해로운 행동에 대한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며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기 위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방국 및 동맹국들과 함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쿼드 4개국 외교장관도 같은 날 호주 멜버른에서 회담 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포함하는 해양의 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법 준수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며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