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보인 과격한 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7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시상식에서 스미스는 영화’ 킹 리처드’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알리’(2001), ‘행복을 찾아서’(2006) 이후 세 번의 도전 끝에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그는 눈물을 흘렸다.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를 테니스 여제로 길러 낸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를 연기한 스미스는 “리처드 윌리엄스는 가족을 수호했다”며 “벅차오르는 심정이다. 제가 이런 역할을 이 시기에 하게 된 것이 소명이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상을 받아서 우는 게 아니다. 모든 분이 빛을 받고 있는 이 순간이 벅차기 때문”이라며 동료 배우들과 현장 스태프, 부모와 아내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그러나 스미스의 수상보다 더 화제가 된 건 그의 폭행이었다. 이날 스미스는 아내 제이다 핑켓 스미스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고, 부부는 농담의 소재가 됐다.
공동 사회자인 배우 레지나 홀은 “잘생긴 남자 배우들을 모아 코로나 테스트를 받게 해야 한다”며 남배우들을 무대로 불러모았다. 아내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와 각각 남녀 주연상 후보에 오른 하비에르 바르뎀을 부르려다가는 “잠깐, 너 결혼했지”라며 멈췄다. 홀은 스미스를 향해서는 “넌 결혼했지만 명단에 있어. 제이다도 승인한 것 같으니까 이리 올라와!”라고 말했다.
스미스의 아내가 21세 연하 가수와 관계를 가졌던 과거를 농담의 소재로 만든 것이다. 제이다는 지난해 한 토크쇼에서 “스미스와 잠시 별거 중이던 2015년 21살 연하 가수 어거스트 알시나와 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했다. 당시 알시나도 “스미스가 허락한 관계”라고 했다. 당시 스미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일부일처제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과 아내는 서로에게 신뢰와 자유를 부여한 사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우리 결혼 생활에 결코 불륜은 없었다”고 했다.
홀의 농담을 들은 스미스 부부는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스미스는 제이다의 헤어스타일을 언급하며 농담을 한 코미디언을 향해서는 참지 않았다. 장편 다큐멘터리 부분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크리스 록은 제이다를 언급하며 “지.아이.제인 속편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스미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록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뺨을 때렸다. 이 모습을 본 배우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록은 “농담이었을 뿐”이라고 했지만 스미스는 “당신의 입에서 내 아내의 이름이 나오지 않게 하라”며 욕설을 섞어가며 소리쳤다. 영화 ‘지.아이.제인’은 배우 데미 무어가 네이비씰 특전단 훈련을 통과하는 내용으로, 삭발하고 출연했다. 제이다는 2018년 탈모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고, 이날 삭발한 모습으로 아카데미를 찾았다. 록은 어색하게 “TV 역사상 최고의 밤이었다”고 말한 후 시상을 이어갔다.
스미스는 남우주연상을 받은 후 “저는 우리가 하는 일을 알고 있다”며 “사람들이 당신에게 무례하게 굴어도 웃어야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 측과 모든 동료들, 후보분들께 사과하고 싶다”며 자신의 행동에 사과했다. 그러면서 “아카데미가 내년에도 나를 초대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아카데미 측의 반응은 좋지 않은듯하다. 아카데미는 이날 공식 소셜미디어에 “오늘 밤 우리는 전 세계 동료들과 영화 애호가들로부터 이 순간을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 수상자들을 축하하게 되어 기쁘다”면서도 “아카데미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남성의 폭행에 가려진 여성의 역사적인 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워 오브 도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은 94년의 아카데미 역사상 감독상을 수상한 세 번째 여성 영화제작자이자 2년 연속 여성 감독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