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권투 세계챔피언 출신 홍수환 씨로부터 선물 받은 빨간색 글로브를 끼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1세의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 책상 뒤 책장에는 빨간색 복싱 글러브 한 켤레가 눈에 띄게 놓여 있었다. 1977년 타이틀 매치에서 4번이나 녹다운되고도 세계챔피언이 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 권투선수가 지녔던 물건이었다.”

2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윤석열 당선인과의 인터뷰 기사는 이런 묘사로 시작한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 홍수환씨로부터 선물 받아 ‘어퍼컷 세리머니'에 사용했던 빨간색 글러브를 인수위 집무실의 책상 뒤에 고이 간직해뒀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인터뷰에서 “그(홍씨)는 다시 일어섰고 승리할 수 있었다”며 말했다고 한다. “거기엔 어떤 상징성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끝까지 계속해서 싸우는 것이다.”

WSJ는 인터뷰 기사 제목에서 윤 당선인을 “대통령이 된 검사(Prosecutor-Turned-President)”로 표현하며 “검사로서 윤 당선인은 한국의 엘리트들이 저지른 부패와 비행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또 “그는 삼성의 실질적 수장이 관련된 부패 사건을 포함해 대기업의 불법행위도 찾아냈다”면서 “그의 인수위 사무실 책상에는 (애플의) 아이폰만 한 대 놓여 있었다”고 묘사했다.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으로서 나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우리 헌법에 포함된 가치들을 옹호하는 것이며 이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수호하는 것”이라며 “외교 정책이 됐든 국내 정책이 됐든 그것이 한국의 핵심이고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역할은 시장이 작동하는 데 개입하거나 지침을 주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정확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계속되는 미·중 간의 긴장은 기회이자 위기”라며 “양국과 평화, 공영, 공존을 보장할 방법들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한국)가 외교 정책에서 모호하거나 입장을 뒤집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 또한 리스크”라고 덧붙였다. 미·중 사이에서 모호한 행보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국 연합체 쿼드(Quad)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한국이 곧 (쿼드 가입) 초청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만약 제안을 받는다면 한국은 “긍정적으로 가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또 “김씨 정권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청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무기)해체의 첫 단계를 밟으면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인도지원보다 더 나아간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그는 북한의 공격이 임박해 보일 때 먼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고 싶다면서도 “미국과의 핵 공유나 한국 내 핵무기 배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또 “(한·미) 연합 실기동 훈련의 재개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5월 말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대면 회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양국 간 동맹 강화를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목표”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론할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WSJ는 윤 당선인이 “외교 정책에 있어 실용적 접근법을 택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