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리듬체조 선수 알리나 카바예바 /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인으로 알려진 알리나 카바예바(39)를 제재하려다 막판에 보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 정부 관리들은 카바예바가 푸틴의 해외 자산을 은닉하는 것으로 의심해 재재 대상으로 고려했다가 막판 명단에서 뺐다. 카바예바 제재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사적인 공격으로 간주돼, 미러 간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이 같은 제재 패키지는 재무부와 국무부가 함께 마련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최종 승인 과정을 거친다. 이번에는 NSC가 최종 발표될 제재 명단에서 카바예바를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 논의가 완전히 테이블에서 내려간 것은 아니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WSJ에 “아직 제재가 부과되지 않은 인물에 대해선, 언제 제재를 부과해야 최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바예바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리듬체조 종목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선수권에서 14개의 메달을 딴 스포츠 스타다. 지난 2008년 푸틴 대통령이 이혼하고 카바예바와 약혼할 것이라고 보도한 러시아의 한 매체는 크렘린궁이 해당 보도를 부인한 이후 폐간했다.

이후 카바예바는 집권 여당 공천을 받아 의회에 입성했다. 2014년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친정부 매체 회장으로 임명돼 1200만달러(약 149억원) 연봉을 받았다. 카바예바는 제네바의 부촌 콜로니와 루가노 등 스위스의 저택에서 주로 거주했으나,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오랜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푸틴과 러시아 정부가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 인정한 적은 없다. 그러나 미 정부는 둘 사이에서는 최소 3명의 자녀가 태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